글로벌 에너지·엔진 기술 기업인 롤스로이스가 2030년까지 모든 신제품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주력 사업인 항공 엔진의 경우 2023년까지 친환경 연료와 호환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탄소포집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해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기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기로 비행하는 무인항공기(UAM)의 기술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비키 반구 롤스로이스 동남아·태평양·한국 지역 담당 사장./롤스로이스 제공

비키 반구 롤스로이스 동남아·태평양·한국 지역 담당 사장은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공과 해운, 발전 등 우리 고객이 종사하는 산업의 경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며 “고객사가 탈탄소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롤스로이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제품에 대한 탄소중립을 지원하고, 2050년까지 운영 중인 모든 제품에 대한 탄소중립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1970년대 자동차 사업을 매각하고 항공·선박 엔진 제조, 차세대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났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프랫 앤 휘트니(P&W)와 함께 세계 3대 항공 엔진 기업으로 꼽히며, 방위 산업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지는 60년이 넘었고, 현재 한국 공군·해군, 아시아나항공(020560) 등에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반구 사장은 “(항공 엔진 등) 전통 시장 분야에서 계속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진출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롤스로이스 제품과 솔루션이 사용한 에너지는 30만기가와트아워(GWh) 규모다. 반구 사장이 밝힌 것처럼 신산업 분야로 확대하면 에너지 사용량은 2050년까지 180만GWh로 늘어나게 된다. 반구 사장은 “이 에너지는 모두 탄소중립 솔루션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롤스로이스는 먼저 대형 민간 항공기 엔진인 트렌트 XWB 등에 비해 효율을 25% 개선한 후속 제품인 ‘울트라팬’을 개발했다. 울트라팬은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활용해 생산된 친환경 원료인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를 사용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생산 중인 모든 유형의 엔진에 대해 2023년까지 100% SAF와 호환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반구 사장은 “2050년까지 필요한 SAF양은 약 5억톤(t)인데 현재 생산되는 SAF는 다 소진될 정도로 생산이 충분하지 않은 게 도전 과제”라며 “SAF가 경쟁력을 갖추고 생산성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유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SMR 기술이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힘을 싣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2015년부터 파워시스템 그룹 내에 SMR 전담 팀을 만들고 기술 설계부터 관련 당국 인가까지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반구 사장은 “SMR을 상업 분야에 적용하면 탄소 제로 기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롤스로이스는 영국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SMR을 탄소 포집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 영국 정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SMR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 사업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반구 사장은 “SMR은 탄소 포집 이외에도 산업 전체 가치사슬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SMR에 관심이 많은 여러 국가의 정부와 SMR 사업에 대해 논의 중인데, 한국의 경우 중공업 기업들이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롤스로이스는 전기로 비행하는 UAM 테스트를 수개월 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구 사장은 “UAM 모델 ‘버티컬(VERTICAL)’은 이미 사전 주문으로 1000개가 들어와 40억달러어치(약 4조6664억원)가 판매됐고, 2024년도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005380) 등이 UAM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만큼, 이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구 사장은 “UAM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출력 부분”이라며 “기체 개발과 자율주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여러 부분과 협력할 수밖에 없고, 이에 관심 있는 현대차 등과도 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