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경제계가 즉각 반발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된데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국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다.

19일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경제계는 유감을 표한다”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0 NDC) 법제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됐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단독 처리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을 제시한 것이 골자다. 정부와 여당은 산업계의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30% 이상’으로 탄력적으로 줄이자는 입장이었고, 국민의힘은 구체적인 목표치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NDC 수치를 ‘50% 이상’으로 명시하자는 입장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간사와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기습적인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의회민주주의 정신과 절차를 부정하는 폭거"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임이자, 홍석준 의원. /연합뉴스

유 실장은 35% 이상 감축 목표에 대해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고, 2030 NDC 수립을 위한 산업계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목표 하한선을 법제화 하는 것은, 합리적인 목표 설정을 위한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법안은 감축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논의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GDP 대비 제조업 비중 26.9%, 세계 2위)와 높은 석탄화력 발전 의존도로 인해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시하고 있는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경총은 “석탄화력 발전을 축소 또는 중단할 경우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이 유일하나, 탈원전 정책기조가 유지될 경우 에너지 수급위기 문제는 불가피하다”며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최근 선진국들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 설정은 국내 기업환경을 악화시키고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며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