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두고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조정 절차에서 노사가 임금 인상폭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조정안 제시 없이 조정 중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번주가 노사간 협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사측과 해상노조(선원노조)는 오는 18일과 20일 중노위에서 1·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조정절차는 일반적으로 사전조정을 2~3회 진행한 뒤 조정안을 제시한다. HMM 사측과 육상노조(사무직노조)는 지난 13일까지 2차례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는 19일이 3차 조정회의가 예정됐다.

HMM 포워드호. /HMM 제공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기본급의 120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HMM 직원들은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로 6246만원을 받아 팬오션(028670)(8700만원), 대한해운(005880)(7100만원)보다 적었는데 이를 정상화해달라는 취지다.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격려금 100%를 제시했다. 하반기에도 시황이 받쳐주면 100% 범위 내에서 추가 격려금 지급을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노사간 입장차가 너무 커 조정안을 제시하는게 의미가 없을 경우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선언하기도 한다. 중노위는 현재 노사 양쪽에 입장차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노사 중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조정은 결렬된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1년 넘게 가족들과 떨어져서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푸대접”이라며 “중노위 조정에서 선원들의 간절한 외침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쟁의를 할 수 있다. 육상노조와 해상노조는 오는 19일과 20일 조정에 실패하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임금 인상을 두고 해상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을 때 찬성률이 97.7%였던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 반대표가 더 많을 가능성은 낮다.

해상노조는 ‘집단 하선’까지 고려하고 있다. 선원은 선원법을 적용받아 쟁의행위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원은 선박이 항해 중이거나 외국에 있을 때, 또 선박에 위험을 미칠 수 있을 때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국내에 정박 중인 선박의 선원만 파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원 교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연장된 선원이 많다는 게 해상노조의 설명이다. 해상노조 조합원들이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배에서 내린 뒤 교대자를 구하지 못하면 배가 멈추게 된다.

외국적 선사들이 해상 운임이 더 비싼 중국으로 배를 뺀 상황에서 국적 최대선사인 HMM마저 파업에 나서면 수출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수출기업의 물류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북미 노선에 9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5척이 HMM의 배다.

HMM 사측이 적극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HMM 사측이 앞서 외부 컨설팅을 받아 임금 11.8% 인상안을 KDB산업은행 등 관리단에 제출했으나 5.5% 인상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살아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공이 분명 크지만, 직원들도 열심히 뛰었다”라며 “경영진이 임단협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채권단이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