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3여년 만에 완제기 수출에 성공하는 등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KAI의 실적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수주 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5%대에 불과할 정도로 수출 시장이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과도 T-50(전술입문훈련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KAI는 지난 2일 약 896억원의 T-50TH 전술입문훈련기 2대와 항공기 운영을 위한 후속지원 패키지를 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인도네시아 국방부(공군)에 2744억원 규모의 T-50i 추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하는 T-50TH와 T-50i는 각각 태국과 인도네시아 공군의 요구에 맞춘 고등전술훈련기로 경공격 등 임무수행을 할 수 있다.
이번 T-50 계열 수출 성사로 KAI는 2018년 이후 끊겼던 완제기 수출을 3여년 만에 재개했다. KAI는 2001년 인도네시아에 KT-1 첫 수출을 시작으로 2010년대에 들어 ▲2011년 인도네시아(KT-1) ▲2012년 페루(KT-1) ▲2013년 이라크(T-50) ▲2014년 필리핀(FA-50) ▲2015년 태국(T-50) ▲2016년 세네갈(KT-1) ▲2017년 태국(T-50) 등 계약을 수주했다. 그러나 2018년 인도네시아(KT-1)를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더이상의 수출 소식은 없었다.
3년만의 수출에도 KAI는 올 3분기에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체부품 및 완제기 수출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계절적인 비수기로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KAI가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1.4% 감소한 11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한 5990억원으로 예상된다.
향후 실적으로 연결되는 신규수주 역시 올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AI의 올해 수주목표는 완제기 수출 1조1795억원을 비롯해 국내사업 9858억원, 기체부품 7119억원 등 총 2조8769억원이다. 하지만 KAI는 올 상반기 1656억원을 수주해 달성률 약 5.7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KAI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KAI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전년인 2019년보다 48.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7.3%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민항기체부품 사업 매출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영향이다. 지난 2분기 역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방위사업청과의 ‘수리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373억원의 일회성 손익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체 부품 수요가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안현호 KAI 사장은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민수는 올해 사실상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KAI는 국내 군수 매출이 전체의 약 50%, 민수가 30%, 나머지는 군수 수출인데 코로나19로 출장을 가지 못하니 완제기 수출이 거의 제로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업계 특성상 일단 제품 수출의 물꼬가 터지면 수주 소식이 잇달아 전해질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가 지난 7월 한 달에만 1조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고, 전통적 성수기인 연말에 말레이시아·세네갈 등에서 집중 수주가 예상된다”며 “올해 수주분은 내년이나 2023년 인도돼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