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 주재료인 스판덱스 품귀 현상이 상반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4분기 대목을 노린 의류 생산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판덱스 수요가 더 늘어난 탓이다. 이미 연초부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스판덱스 재고는 이미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고 스판덱스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배 이상 올랐다. 증권가에선 스판덱스 품귀 현상으로 시장 점유율 1위 효성티앤씨(298020)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와 화학섬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스판덱스 수출 가격은 톤(t)당 9700달러 수준으로, 6000달러 수준이었던 작년 대비 50% 이상 올랐다. 스판덱스의 주요 원재료인 부탄다이올(BDO) 가격도 작년 7월 대비 190% 오른 t당 3500달러를 기록했다.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가격은 같은 기간 90% 오른 3900달러로 집계됐다.

효성티앤씨의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애서 품질 검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효성 제공

스판덱스와 그 원재료 값이 오른 배경에는 중국 내 스판덱스 수급 불균형의 영향이 크다. 지난 7월 기준 중국 내 스판덱스 공장 가동률은 9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탓에 스판덱스 재고 일수는 점점 줄고 있다. 작년 7월 50일 수준이었던 스판덱스 재고 일수는 지난달 최저점 수준인 4일까지 떨어졌다. 스판덱스 생산량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경우 4일 내 재고가 동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스판덱스 수급 문제가 심각했는데 하반기에는 더 심화하는 모양새”라면서 “유럽과 남미에서 생산하는 스판덱스를 중국이 전부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불면서 운동복 수요는 더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따쉐 컨설팅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운동복 시장은 전년 대비 10.53% 성장한 546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운동복에는 스판덱스가 최대 35%까지 첨가되는 만큼, 운동복 수요가 커질수록 스판덱스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스판덱스 수요는 올해 3분기 최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1년 매출의 70%가 나오는 4분기를 앞두고 각종 의류 제품의 주문과 생산이 8월부터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운동복 외 셔츠, 티셔츠, 보정속옷 등 일반 의류에도 밀착력과 편의성을 위해 스판덱스 혼용률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스판덱스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16~20% 수준이었던 보정 속옷의 스판덱스 첨가율은 최근 30~40%까지 올랐으며, 내복 역시 5% 수준에서 최대 12% 수준까지 늘어났다.

스판덱스가 첨가된 상품들. /효성 제공

증권가에선 효성티앤씨를 이번 스판덱스 품귀 사태의 수혜 기업으로 꼽았다. 효성티앤씨는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효성티앤씨의 전체 매출에서 스판덱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지만, 영업이익에서는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효성티앤씨는 연초부터 이어진 스판덱스 품귀 효과에 올해 2분기 38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는 효성티앤씨가 올 한해 1조34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실적의 4배다.

증권가는 스판덱스 품귀 현상이 2022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티앤씨와 중국 스판덱스 생산 기업들이 공장 증설을 완료하는 시점이 올해 연말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효성티앤씨 1만5000t, 11월 중국 후아펑 5만t 등 공장 신규 증설에 따른 스판덱스 물량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수급 문제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