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이 항공 마일리지로 호텔 숙박권과 가전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활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 하늘길이 막히면서 마일리지 사용률이 떨어지자 항공사들이 내놓은 방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잠들어 있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고, 항공사들도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최근 네이버(NAVER(035420))와 제휴를 맺고 스카이패스 항공 마일리지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료를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쇼핑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구독형 유료 멤버십이다. 대한항공 600마일리지를 차감하면 4900원 상당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1개월 이용권이 발급된다. 대한항공은 “소액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지난 6월에는 그룹 계열사인 한진관광과 함께 마일리지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프로모션 상품을 출시했다. 서울신라호텔, 포시즌스호텔 서울, 부산 파크하얏트, 강릉 씨마크호텔 총 4곳의 숙박권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다. 금액은 1박당 5만마일리지부터 7만5000마일리지까지다. 5만 마일리지는 성수기에 일본과 동남아 왕복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에 자체 ‘마일리지 몰’도 운영하며 제주 KAL호텔, 그랫드하얏트인천 등 계열사 호텔 숙박권과 각종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퇴역 여객기를 분해해 만든 네임택(Name tag)을 2700마일리지에 판매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최근 마일리지 활용처를 늘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삼성전자(005930)와 제휴해 이달 2일부터 31일까 항공 마일리지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내 ‘마일리지 사용몰’에서 TV·세탁기·건조기·에어드레서·태블릿PC 등 40여 종의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마일리지로 전액 결제할 수 있다. 현재 삼성닷컴에서 23만9800원에 판매 중인 갤럭시 버즈 프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2만8800마일리지에 구매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부터 마일리지 전용 온라인 쇼핑몰 ‘위클리딜즈’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위클리딜즈에선 커피, 치킨, 제과, 음악감상 이용권, 스마트폰 데이터 쿠폰 등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에버랜드, CGV, 이마트(139480) 등과 마일리지 사용 제휴를 맺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10만원이상 구매 시 2800마일리지를 차감하면 2만원을 할인받는 식이다.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항공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캡처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사용을 장려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로 마일리지를 소진하는 승객이 줄면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상 마일리지는 회계 장부에 부채(이연수익)로 인식된다. 가령 항공사가 항공권 구매 금액 100만원의 10%를 마일리지로 제공할 경우 90만원은 매출로 잡히지만, 10만원은 이연수익으로 잡힌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아 자동 소멸하거나 사용하는 시점에만 매출로 인식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년 연장된 가운데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고객도 줄면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부채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영업상의 이유로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규모는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20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대한항공이 부채로 인식한 이연수익은 총 2조4844억원으로 전년(2조4254억원) 대비 2.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전년 대비 10.4% 늘어난 88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작년 말부터 올해 1분기 말까지 3개월 동안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5237억원으로 393억원(1.6%) 늘었고, 아시아나항공도 8948억원으로 58억원(0.7%)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채가 커지면 금융권 이자비용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마일리지가 누적될수록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기업과 제휴를 통해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림으로써 소비자는 잠들어 있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고, 항공사는 부채를 털어버리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