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의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아프리카 암바토비 니켈 광산에서 철수한다. 총 투자금 3600억원 중 남은 가치가 3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투자금의 대부분을 날렸는데, 수익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자본 잠식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2018년부터 암바토비 광산 지분 매각을 시도 중인데, 주요 주주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빠져나갈 경우 광산 운영과 매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지분 4%를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광산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크다보니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현재 엑시트(지분 매각)를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엑시트 기간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플랜트 건설 현장.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 STX등 컨소시엄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암바토비 광산은 1억5000만톤(t)의 니켈이 매장돼 있어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로 꼽힌다. 2000년대 자원외교 붐이 불면서 전기차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광물공사 주도로 포스코인터내셔널(당시 대우인터내셔널), STX가 컨소시엄을 이뤄 2006년 지분을 획득했다. 현재 기준으로 광물공사 22.5%, 포스코인터내셔널 4%, STX 1% 등 한국 컨소시엄이 지분의 27.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2010년부터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상업생산은 최초 투자 이후 8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실은 커졌고, 생산 이후에도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컨소시엄의 광산관리 법인인 DMSA/AMSA는 2014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2014~2020년까지 암바토비 프로젝트의 전체 누적 손실은 75억달러(약 8조621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도 급락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 4.3%의 장부가액은 284억6300만원으로, 취득원가(3616억1900만원) 대비 92% 축소됐다. 투자금이 불어나기는커녕 10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016년에도 암바토비 광산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다시 암바토비 지분 매각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는 최근 광물공사와 추가 투자를 놓고 벌인 갈등이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광물공사를 상대로 주주 투자비 납입 계약 결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중재신청을 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자 광물공사가 컨소시엄 차원에서 추가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광물공사는 투자 증액은 주주 만장일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5월 법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광물공사는 지난 5월 말 지연이자 연 6%를 포함해 총 1435만달러(약 165억원)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돌려줬다.

주요 주주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암바토비 광산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광물공사의 광산 운영과 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본잠식에 빠진 광물공사의 재무상태와 생산 실적의 하향세 등을 고려해 암바토비 광산 사업의 출구 전략을 권고했다. 이에 광물공사는 보유 지분 전량을 팔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수차례 자문사 입찰 공고를 냈지만 여전히 자문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광물공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을 매각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지 못했고, 실제 매각한다 해도 광산의 수익성이 이유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이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주단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조정이 6월에 체결돼 재무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생산도 올해 3월부터 재개돼 현재 생산 안정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