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운영하는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터미널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LNG 선박 시운전 등 각종 연계 사업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 향후 업황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탈석탄 정책 기조와 ESG 경영 확산으로 LNG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과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민간 LNG터미널 저장 용량이 현재 135만㎘에서 2025년 183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8월 광양LNG터미널에서 시작한 LNG 선박 시운전 사업이 최근 40회를 돌파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업은 조선사가 선주에게 LNG 캐리어 선박을 인도하기 전 LNG 캐리어에 천연가스를 충전해 LNG가 안정적으로 저장되고 주요 설비가 정상 작동되는지를 검사해 주는 서비스다. 이전까지는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독점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8월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되면서 포스코에너지가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자 자격을 민간 1호로 취득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에너지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현대삼호중공업과 LNG 선박 시운전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광양LNG터미널의 경우 조선사들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보니 선박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며 “최근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LNG 선박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선박 시운전 사업의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운영하는 광양LNG터미널./포스코에너지 제공

포스코에너지는 2019년 9월 광양LNG터미널을 포스코(POSCO)로부터 인도받은 이후 LNG터미널 임대사업과 함께 연계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NG터미널은 해외에서 들여온 LNG를 하역해 저장하고 기체로 변환해 국내 발전사 등에 공급하는 ‘중간기지’ 역할을 한다. 포스코에너지는 임대사업과 선박 시운전 사업 외에도 지난해 4월부터 해외 주요 선사의 LNG캐리어선에 LNG가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LNG 캐리어를 적정 온도로 낮춰주는 가스 트라이얼(Gas Trial)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부터는 보세구역(관세 부과가 유보되는 지역)인 LNG터미널 내에 LNG를 저장했다가 구매자에게 공급하는 반출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사업 확장 덕에 포스코에너지의 LNG터미널 사업 실적은 상승세다. LNG터미널 사업 매출은 2019년 말 331억원에서 지난해 1430억원으로 332% 급등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81억원에서 495억원으로 511% 성장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LNG터미널 사업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0%에서 20%로 두 배 뛰었다. 다만 포스코에너지가 2019년 중반부터 LNG터미널을 운영한만큼 온전한 1년치 실적이 나온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3억원, 164억원을 기록해 순항 중이다.

GS에너지와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50%씩 나눠가진 SK E&S는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인근에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건립하기로 했다. LNG를 통해 연간 25만톤(t) 규모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인천시에 건립하는 수소 액화 플랜트(3만t)와 합하면 연간 총 28만t 규모다. 이는 수소 승용차인 넥쏘 70만대가 동시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보령LNG터미널의 영업이익도 2018년 413억원에서 2019년 551억원, 2020년 562억원으로 상승세다.

민간 기업의 LNG터미널 사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이 석탄·석유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ESG 경영이 확산됨에 따라 LNG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이달 말부터 울산 공장인 울산 콤플렉스(CLX) 내 동력 보일러 연료를 기존 벙커시유에서 LNG로 전량 교체한다. 벙커시유 보일러를 LNG로 전환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연간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존 대비 각각 25%, 7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이 보일러 연료로 LNG를 사용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중 연료를 전환할 예정이다. 정유사들은 직접 LNG를 수입해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광양, 보령 등 LNG터미널을 임대해 사용하게 된다.

신규 LNG터미널 사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한양은 전라남도 여수시 묘도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20만㎘급 LNG 저장탱크 4기를 조성하는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LNG 저장시설이 지난해 말 현재 135만㎘에서 2025년 183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NG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이전까지 LNG터미널을 모두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했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의 LNG터미널 시장 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장 용량이 늘어나고 시장이 커질수록 임대 사업은 물론 연계 사업의 범위도 넓어져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