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현재 30여건이 넘는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합작사) 등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4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비즈니스 ▲전지 소재 중심의 e-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 소재 부문이 6조원으로 절반 이상의 투자가 집중되며, 친환경 소재에 3조원, 글로벌 신약에 1조원 등이 투입된다. 10조원 중 60%는 국내, 40%는 해외에 투입된다.
10조원 재원을 마련하는 핵심 수단은 단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연내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LG화학은 앞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70~80% 보유할 것이고, 이 경우 5년간 10조원, 즉 1년에 2조원 정도의 투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체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면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 투자 여력도 크게 확대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 부회장은 “이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지속가능성’이 전제돼야 하고, 이는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부터 전략, 투자 등에 반영돼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으로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전지 소재에만 6조원 투자… “세계 최대 종합 전지 회사로 성장”
가장 많은 투자금이 배정된 전지 소재 중심의 e-모빌리티 사업의 경우, 세계 1위 종합 전지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 폭넓게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극재 사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을 목표로 연산 6만톤(t) 규모의 구미 공장을 올해 12월 착공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4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7배가량 늘어난다. 신 부회장은 “구미 공장에선 제3세대 전기차에 탑재되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하는 한편, 공급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미국 시장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현지화 전략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극재 재료인 메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광산 업체와 JV 체결도 준비 중이다.
분리막 사업은 빠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력과 보유 고객 등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들을 대상으로 M&A, JV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생산 거점도 조기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을 하다 외부 조달이 낫다는 판단 하에 2015년 생산 시설을 일본 기업에 매각한 바 있다.
양극재와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등의 제품에는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 자원을 집중 투입해 기술을 차별화하고 시장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전지 소재 시장은 올해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성능 향상 및 원가 절감을 위한 소재 혁신 요구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NT 생산 규모도 올해 1700t에서 2025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한다. CNT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신소재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4월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 도전재(리튬이온배터리 첨가제) 시장 공략을 위해 1200t 규모의 CNT 2공장 증설을 완료했고, 연내 3공장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양철호 LG화학 CNT 사업담당은 “LG화학의 CNT 공장은 단일 생산라인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며 “3공장 증설 등을 통해 추가적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2025년 31조원 성장… 국내외 원료 업체와 JV 추진
3조원이 투입되는 친환경 소재 중심 지속가능성 비즈니스는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을 육성해 석유화학사업본부의 미래 성장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먼저 LG화학은 친환경 국제 인증인 ‘지속가능성·탄소 인증(ISCC 플러스)’을 받은 바이오-밸런스드(Bio-balanced) 고흡수성 폴리머(SAP) 제품을 이달부터 본격 생산한다. SAP는 자기 무게의 약 200배에 해당하는 물을 흡수해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되는데, 바이오 밸런스드는 폐식용유 등 식물성 바이오 재생 원료와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은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된다.
생분해성 고분자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는 빠른 시장 진입과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올해 생산설비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PBAT는 농업용·일회용 필름에 사용되며 자연에서 산소와 열, 빛과 효소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제품이다. LG화학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지난해 12조원에서 2025년 31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오 납사와 옥수수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자연분해되는 수지인 폴리 락틱 애시드(PLA) 등의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원료 업체와 JV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폐플라스틱의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역량도 강화한다. 기계적 재활용은 기존 폴리카보네이트(PC), 고부가 합성수지(ABS)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폴리올레핀(PO), 폴리염화비닐(PVC)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2025년까지 관련 제품의 매출을 연평균 40% 이상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화학적 재활용은 잠재력 있는 원천 기술을 발굴하여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올해 하반기부터 화장품 용기의 플라스틱 자원을 100% 선순환하는 에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소재 시장에서도 신규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 신학철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 변화… 올 하반기부터 성과 확인”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그동안 신약 파이프라인을 2019년 34개에서 올해 현재 45개로 확대하는 등 신약 개발 추진을 가속화해왔는데,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올해 11개에서 2025년 17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M&A나 JV 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 연구법인을 설립하고 임상·허가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등 글로벌 임상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ESG 기반으로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은 필수적”이라며 “관련 기술과 고객을 보유한 외부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M&A, JV, 전략적 투자 등만 3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