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 채권단과 약속했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이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단기 유동성 조달을 위해 지난해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긴급자금 3조원 중 채무 잔액은 지난 3월 기준 1조5469억원이다. 당시 맺었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르면, 오는 2023년 6월까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5조6500억원(평가액 기준) 규모의 자산 등을 처분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이 채권단과 구조조정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를 따지는 만큼 조기 상환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금호그룹의 경우 기한 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약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020560) 처분 권한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최근 10년 내 조기 졸업에 성공한 사례는 2014년 산은과 약정을 체결했던 동국제강(460860)이 유일하다. 동국제강은 약정 체결 2년 후 졸업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연내 채무 잔액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9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마무리되면 8500억원을 더 확보할 수 있고, 혹독한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적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만약 두산이 올 연말까지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두 상환하면, 역대 최단기간인 1년 6개월만에 조기 졸업하게 된다.
채권단인 산은 역시 최근 두산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두산그룹은 2022년 내에 긴급자금을 전부 상환할 예정”이라며 “두산그룹은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실시 등 재무구조 계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채권단 긴급자금 3조원 중 1조3000억원을 상환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8월 보유하고 있던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하면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부터 사옥으로 쓰던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매각가 8000억원)를 매각하고 ㈜두산 유압기 사업부인 모트롤BG와 동박 생산업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336370))를 각각 4530억원, 6986억원에 팔았다. 두산중공업은 같은해 12월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여기에 올 가을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금액 8500억원을 더 확보하면 두산은 총 2조3500여억원을 상환하게 된다. 재무구조 개선의 ‘9부 능선’을 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두산은 건설기계를 생산 판매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사업 부문을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두산그룹 계열사 지분관리 및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 부문은 두산중공업으로 흡수합병됐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3.6% 늘어난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2019년 이후 다섯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한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481억원으로,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올 2분기 실적 추정치도 견고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78% 증가한 3222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7% 늘어난 4조3594억원, 당기순이익은 641억원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9월 말 재무구조개선 약정 만기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두산이 제공한 담보(두산중공업 지분)도 해지 또는 규모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격인 두산은 전자부문이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산업차량부분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고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