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최저임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할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업의 경영 상황 생각해서 상징적으로 100원 정도 올릴 줄 알았는데… 정말 막무가내다.”
인천의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 A 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2022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440원) 올린 9160원으로 결정한데 대해 13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주 52시간제 근무,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까지 정부가 중소기업의 입장이나 사정을 조금도 헤아리질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6.4%(1060원) 뛴 이후 2019년 10.9%(820원), 2020년 2.9%(240원), 2021년 1.5%(130원) 올랐다. 내년까지 계산하면 6470원에서 9160원으로 총 41.6%가 올랐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 40시간 근로자의 내년 최저 월급은 238만원 수준이다. 올해 227만원보다 11만원가량 높다. 2022년 최저임금 9160원에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곱하면 191만4440원(주휴수당 31만8800원 포함)이다. 여기에 법적으로 의무화된 연차수당 9만1600원, 퇴직금 15만9500원, 4대보험료 21만7000원 등을 종합한 결과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의 의뢰로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이 연구한 ‘최저임금 관련 주요 경제 및 고용지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급이 9000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13만4000개 줄고, 실질GDP(국내총생산)가 16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던 2018년과 2019년에 어려웠던 영세업종일수록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해 앞으로 초래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위원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기관의 올해 경제 전망치 평균을 활용, 코로나 사태에서 회복될 것을 전제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계에선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남의 식품제조공장 대표는 “지금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식당들에 납품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최저임금은 올려놓았는데, 내년 경제가 예상보다 안 좋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경기 회복세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46.8%는 대기업·중견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다. 납품단가 인상을 못하는 상황에서 업황이 부진하면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의 반대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경남의 한 조선 기자재 업체 대표는 “조선업계가 호황이라고 말하지만 10년동안 굶다가 밥 한숟갈 뜨는데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이익을 남겨서 다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게 아니라 비용만 자꾸 늘린다”며 “물류비에 원자재비 부담까지 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설문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0.2%는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렵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에서도 소상공인의 87.2%가 최저임금 인상 시 최저임금 지불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은 늘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2017년 13.3%에서 2018년 15.5%, 2019년 16.5%까지 올랐다. 지난해도 15.6%로 역대 2번째로 높았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재심의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