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의 핵심 중 하나인 운송·저장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탱크(저장 용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진다이아(081000)의 자회사 일진하이솔루스가 ‘타입4′ 수소 탱크 양산에 성공한 가운데, SK(034730)한화(000880), 롯데, 효성(004800) 등은 인수·합병(M&A)과 협업을 통해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13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수소 탱크는 크게 타입1부터 타입4까지 발전해왔다. 가장 큰 차이는 수소를 담는 통(라이너)과 이를 감싸는 소재다. 타입1은 라이너를 강철이나 알루미늄 등 금속제로 제작한다. 반면 타입4는 플라스틱과 같은 비금속제로 라이너를 만들고, 탄소섬유로 감는 방식이다.

플러그파워 액화수소탱크./SK 제공

타입1은 타입4보다 상대적으로 더 무겁다. 또 금속제의 특성상 300bar(기압) 이상의 수소는 담지 못해 저장용량에도 한계가 있다. 타입1과 타입4 모두 외력에 의해 탱크가 파손되더라도 수소가 곧장 대기로 빠져나가는 만큼 폭발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타입1은 금속제인 파편이 ‘총알’처럼 날아갈 수 있어, 축구공처럼 찢어지기만 하는 타입4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

타입4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기업은 일진하이솔루스다. 현대차(005380) ‘넥쏘’의 수소연료 탱크를 전량 공급하는 등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 8일엔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도 출시했다. 수소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용기로 수소 500㎏을 실을 수 있다. 현재 20피트 컨테이너 형태로 설계됐으나 40피트 컨테이너로 용량을 키우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압축기와 충전기 등을 함께 부착해 이동식 충전소로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수소업계는 전세계 수소차 시장 규모가 2020년 4만대에서 오는 2030년 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튜브트레일러 시장 역시 2020년 2억8500만달러(약 3265억원)에서, 2025년 10억 달러(1조1400억원)로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체 수소 탱크산업 규모는 2030년에 연간 12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 탱크의 종류. /일진하이솔루스 제공

일진하이솔루스는 올해 국내와 해외 인증을 마치고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안홍상 일진하이솔루스 대표는 “여러 기업이 수소 탱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일진하이솔루스와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6만여개의 탱크를 직접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를 쫓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009830)도 2030년 고압 탱크 시장 1위를 목표로, 국내·외 인증을 받으며 기술력을 쌓고 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올해 초 드론용 수소 탱크 국내 인증을, 최근엔 차량용 수소연료 탱크 유럽연합(EU) 인증을 마쳤다. 한화솔루션은 튜브 트레일러 등에 쓰이는 수소 탱크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특히 해외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 일본 후지킨의 자회사 ‘태광후지킨’의 수소 고압탱크 사업부문을 사들여, 수소차와 드론에 실리는 소형 탱크를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미국 고압 탱크업체 ‘시마론’도 지난해 인수했다. 시마론의 넵튠(Neptune)은 대용량 타입4 탱크로,세계에서 가장 높은 517bar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시마론을 통해 대형 수소 운송용 트레일러나 충전소용 탱크를 생산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011170)도 타입4 수소 탱크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수소출하센터와 수소충전소 구축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고압 수소탱크 기술과 관련한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액화수소를 운송·저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보다 압력이 낮아서 안정적인 상태로 보관·운송할 수 있다. 또 액화수소가 기체 수소보다 저장밀도가 약 2배 높고, 운송효율도 7배 이상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영하 253도 이하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림돌 때문에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SK는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에 투자, 액화수소 시장에서 2023년까지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수소 연료 전지, 액화수소 플랜트 등에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SK와 SK E&S가 지난 1월 약 1조8000억원을 투자, 9.9%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액화수소 운송·저장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효성도 린데그룹과 손잡고 액화수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298040)과 린데가 세우는 합작법인 린데하이드로젠은 효성화학(298000) 울산공장 내에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2023년까지 짓고, 이곳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또다른 합작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이 유통하는 그림이다. 유통을 위해 필요한 수소 탱크와 액화수소 충전소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기술 실증단계와 양산·상용화 사이의 벽이 늘 높은데 수소 탱크 사업도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이 실증단계인 만큼 사업화를 위해 기업간 협력이나 M&A 등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