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 시장을 배경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미국 지사를 강화하고,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글로벌 K팝 그룹 양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8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잡고 내년 데뷔를 목표로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를 열 예정이다. UMG와의 합작법인(JV)을 통해 북미에서 오디션을 진행한 뒤 선발된 아티스트들을 현지에서 바로 데뷔시키고, 이 아티스트들에게 하이브의 성공 방정식을 적용해 파급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하이브 아메리카의 자체 아티스트 데뷔도 준비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아티스트가 한국에서 성공한 후 미국, 일본 등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K팝 산업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영향력 확대로 현지에서 바로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데뷔시킬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들은 미국 지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하이브는 최근 미국 지역본사인 하이브 아메리카에 2명의 CEO(최고경영자)를 각자 대표체제로 임명했다. 해외사업을 전담하던 윤석준 전(前) 글로벌사업총괄 CEO를 미국 지사에 전진배치하고, 이타카홀딩스 수장인 스쿠터 브라운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CEO는 전신인 빅히트엔터를 현재의 입지에 오르게 만든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본격적인 미국 K팝 그룹 육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이브 관계자는 "윤석준 CEO가 하이브 아메리카 CEO로 추진하게 될 도전은 미국 시장 내에 K팝 사업모델을 이식하는 것"이라며 "K팝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음반 제작·신인 양성·마케팅 등 전 영역을 총괄하며 최일선에서 미국 시장 공략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데뷔한 아티스트들이 거꾸로 한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하는 다(多) 방향성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는 '더 보이스', '서바이브' 등 유명 프로그램을 만든 미국 방송 제작사 MGM 텔레비전과 손잡고 미국 기반 K팝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NCT의 새로운 멤버를 발굴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전 세계의 만 13~25세 사이의 남성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최종 선발된 참가자는 향후 새롭게 론칭할 NCT-Hollywood(NCT-할리우드) 멤버로 글로벌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NCT는 SM엔터 소속 초대형 그룹으로 멤버 영입이 자유롭고 유닛의 무한 확장이 가능한 독특한 형태로 운영된다. NCT 127, NCT 드림, NCT U, 웨이션브이 등 다양한 유닛이 있다.
과거 본인이 직접 미국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아티스트가 직접 오디션을 열기도 한다.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창립자인 박진영 이사는 지난 2012년 K팝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던 피네이션의 수장 싸이와 지난달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LOUD)'를 진행하고 있다. '2021 월드와이드 보이그룹'을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로, 박진영 이사 역시 2010년대 걸그룹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주도한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약 25조원의 글로벌 음반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이 K팝 산업의 새로운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최근 K팝 오디션은 과거 우후죽순 생기던 프로그램과 달리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K팝 그룹 육성 모델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