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 분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장중 8% 넘게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분할 후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할 수 있지만, 그 하락폭을 상회할 정도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회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분할 시기에 대해선 기업공개(IPO) 가능 시점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며, 한국과 미국 동시 상장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1시 46분 기준 전일 대비 8.12%(2만4000원) 하락한 27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는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은 향후 SK이노베이션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의 분할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에서 김준(앞줄 왼쪽 두번째) 총괄사장, 지동섭(앞줄 왼쪽 첫번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대표 등 경영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자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행사 도중 질의응답을 통해 분할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분할 방식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향후 배터리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려면 리소스(자금)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그 리소스를 조달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에쿼티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시장 소액주주부터 기관투자자까지 어떤 방식으로 배터리 성장을 끌고 나가는 것을 바람직하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쿼티 파이낸스는 주식,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배터리 사업 분할 시기는 IPO 가능 시점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분할 시점은 결국 IPO 시점과 연결될 것”이라며 “IPO의 경우 시장에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면 시장은 선제적으로 (이같은 실적을) 밸류에이션에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저희가 배터리 사업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보여주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역산해 분할 시기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소스 조달 필요성도 있지만 시장이 받아들여줄 수 있는지, 시장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우선”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최근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할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배터리 사업 입장에선 리소스를 충당하는 것이 우선인데, 최근 증설 속도가 빨라 전체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매년 2조~3조원씩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배터리 사업에선 (분할·IPO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동시 상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총괄사장은 “메인 비즈니스 기반이 있는 곳에서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스닥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라며 “기회가 된다면 나스닥 상장 또는 (코스피와) 동시 상장 등을 모두 옵션으로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 급락은 배터리 사업의 독립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 자체적인 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그린 포트폴리오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지주회사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 총괄사장은 “시장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배터리 사업이 분할되면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돼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강해질 수 있다”며 “그 디스카운트 폭을 훨씬 상회하는 밸류 크리에이션(가치 창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자회사로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기능을 수행하고,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 사업 기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재활용만 봐도 2024년 말 정상 가동을 시작하면 2025년 3000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이같은 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SK이노베이션이 인큐베이션, 가치 창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