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사업에 뛰어들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이상 여객 사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5년 전만 해도 연간 10%에 가까웠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과거 무궁화 위성 개발과 나로호 사업에 참여했던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기업 외연 확대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대한항공 UAM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운항, 종합통제, 항공우주사업본부 등 각 부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UAM 사업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7월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항공 교통관리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만큼, UAM 항공관제 분야에 진출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조선DB

대한항공은 우주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3년 나로호 종합조립 사업 이후 우주사업을 접은 지 8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5년간 320억원을 투입해 소형발사체용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는 기존 발사체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용접 및 단열기술을 적용해 하나로 만든 것이다. 발사체 부품 숫자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해 무게를 기존 대비 30% 줄이고,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신사업을 이끌 사업부로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1976년 설립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45년간 국내외 군용항공기 정비와 무인항공기 개발 등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나로호 개발과 총조립 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산업통상부가 주관했던 우주산업 발전방안 간담회에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임직원이 참석해 관련 사업을 논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UAM과 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세계 UAM의 잠재적 시장규모는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66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현대차(005380), 한화시스템(272210), SK텔레콤(017670) 등 민간기업과 정부기관 40여곳이 UAM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우주사업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2040년 약 1조 1000억달러(약 1245조원)다. 특히 대한항공이 부품 개발을 추진 중인 소형 발사체의 글로벌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인 ‘스페이스X’는 현재 400kg급 위성 1000여기를 발사했고, 향후 최대 1만2000기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도 수백기의 중소형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20162017201820192020
매출액11조7319억12조922억12조7023억12조3843억7조6062억
영업이익1조1208억9776억5688억1760억1089억
영업이익률9.6%8%4.5%1.4%1.4%

항공업계 안팎에선 항공우주사업본부 분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항공우주사업본부에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유치하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위해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으로 만드는 방안이 나왔다고 한다. 당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아시아나항공(02056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인수 완료 후 정비사업(MRO) 물량을 대거 넘겨받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집중할 때”라며 “항공우주사업은 대한항공의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키워나갈 것이고, 분사는 검토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UAM과 우주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최근 몇년간 주력 사업인 여객부문의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연결 기준 2016년 9.6%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43%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5%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에서 A-10, F-15 전투기 등 미군 군용기에 대한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전체 매출의 90%가 넘는 여객사업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8.7%에서 2.8%로 쪼그라들었다. 2019년에는 일본 불매 운동,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는데, 문제는 2019년 이전에도 수익성은 단계적으로 악화돼 왔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과당 경쟁이 심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한항공의 여객 사업 매출의 절반가량은 동남아, 일본, 중국, 국내선 등 다른 LCC와 공유하고 있는 노선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