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해온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올해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키워드로 제시하고 나섰다.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중립 문제를 SK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미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그룹을 이끌면서 행복경영, 딥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 등 다양한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개념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회장이 강조한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이야기를 뜻한다. 이런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해야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자 지난해부터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경영 화두를 제시했다. 이번 확대경영회의는 각 계열사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적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최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싱크로나이즈(동기화)'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동기화는 구성원, 투자자, 이사회, 사회 구성원 등 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개념적 이해를 말한다. 최 회장은 각 회사의 미래 비전부터 이사회 운영, 구성원 평가 등 기업의 모든 요소가 서로 공유(동기화)됐을 때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가 완성된다고 했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매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최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핵심 철학이다. 그가 처음 경영 철학을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2004년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경영 목표를 이윤 극대화에서 행복 추구로 바꿔야 한다며 '행복 경영론'을 들고 나왔다. SK의 설립목적도 '이익 극대화'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 극대화'로 변경했다. 최 회장이 풀기 어려운 여러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최 회장의 유일한 저서 '새로운 모색(2014년 10월 출판)'을 보면 그가 2009년 사회적 가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나온다. 그는 2009년 국내 한 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했다가 사회적 가치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는 '선친 최종현 회장의 경영 철학을 21세기에 맞게 수용·발전시키고자 고심하던' 시점에 사회적 가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2015년 경영 복귀 후 이런 사회적 가치를 자신의 '행복경영' 철학과 접목해 구체화했다.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의 근원까지 변화시켜야 한다는 '딥체인지'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그는 사업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자산효율화 등 모든 것이 변화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 공동체와 나누겠다는 것이다. 2017년에는 그룹 계열사 정관에 '충분한 이윤창출'을 아예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행복 추구'를 추가했다.
2018년에는 더블 버텀 라인(DBL) 전략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을 실천하고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 새로운 가치를 가진 혁신적 사업 모델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9년에는 "기업의 이익보다 구성원의 행복과 성숙도 있는 공동체를 잘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다시 행복 경영론을 화두로 던졌다. 공유오피스를 만들어 칸막이 및 자리가 주는 위엄을 없애고 직급을 매니저로 통합했다. 행복토크라는 이름으로 계열사 직원들과 100번의 만남을 갖겠다고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그는 기업의 사회적 안전망(Safety Net) 구축을 강조했다. 국가의 역할로 생각됐던 사회 안정망 구축에 기업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은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파트너와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사회문제를 해결할 세이프티넷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화두가 등장한 것도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다. 최 회장은 지난해 각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를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계열사 별로 진행한 포럼에서 '파이낸셜 스토리'가 새로운 소주제로 등장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같은해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와 CEO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을 직접 주재했다.
한 계열사 임원은 "파이낸셜 스토리 화두는 지난해부터 제시돼왔고 각 계열사가 1년동안 이를 위해 열심히 달려 왔다"며 "올해 확대경영회의는 1년간의 파이낸셜스토리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동기화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통해 파이낸셜스토리를 더욱 발전시키는 자리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