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사회와 공존하면서 도약하는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화그룹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은 지난달 열린 ’2021년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스마트하고 경제성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며 “한화는 작은 발전이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와 관련해 수소 혼소(混燒·두 종류 이상의 연료로 하는 연소) 발전 기술(H2GT)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 혼소 발전은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발전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회사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세계적인 가스 터빈 업체인 미국의 PSM과 네덜란드의 ATH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엔 한화솔루션이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윙 에너지 햅스(GELI·젤리)’를 인수해 사용자의 전력 소비 패턴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그래픽=송윤혜

◇ 한화그룹 및 계열사에 ESG 위원회 신설

한화그룹은 기존 준법경영 협의체인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회’ 산하에 ‘한화그룹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환경 ▲사회적 책임(공정·복지) ▲지배구조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분기 1회 정기회의와 임시회의 등을 통해 계열사 및 그룹 차원의 ESG 활동을 점검하고 지원한다. 위원장에는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회 소속의 조현일 사장이 선임됐다.

한화그룹 ESG 위원회는 첫 활동으로 지난달 26일 그룹 15개 계열사 ESG 담당 임원과 팀장 등 60여명이 참여하는 ESG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외부 환경 전문가를 초청해 탄소중립에 대한 국내외 정책을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한화그룹이 지난달 26일 ESG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한화솔루션·한화생명(088350)·한화자산운용 등 4개 계열사도 올해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한화생명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들 회사의 ESG 위원회는 법령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에 설치됐고,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 ESG위원회의 위원장은 이석재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가 맡았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자산운용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각각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솔 사외이사 겸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 교수를 ESG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으로 황영기 사외이사(전 KB금융지주 회장)를 임명했다.

그래픽=송윤혜

◇ 6개 상장사 중 4곳이 ESG A등급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등급'에서 한화그룹은 6개 상장사 중 4개사가 A등급을 획득했다.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생명 등 4개사가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및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항목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지난 2018년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면서 본격화됐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출범 이후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한화가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그룹 대표 기능을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현재 10개 계열사 40여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다. 한화 출신 사외이사는 없다. 또 지난해 한화솔루션에 이어 올해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003530) 등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한화 솔라보트와 함께 하는 '클린업 메콩' 미니 다큐. /한화그룹 유튜브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ESG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9년 석유 연료 없이 오직 태양광 패널로 작동하는 수상 쓰레기 수거 보트 2척을 제작해 베트남 빈롱시에 기증하는 ‘클린업 메콩’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보트는 고성능 태양광 모듈을 장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컨베이어 장치를 달아 부유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 2011년부터 몽골, 중국 등 사막화 지역과, 국내 매립지 등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한화 태양의 숲'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만 133만㎡에 달한다. 특히 중국 닝샤 지역 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는 80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기증해 묘목을 키웠는데, 이는 UN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