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탄소·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추가 환경규제를 채택했다. 2023년부터 규제가 적용되면 해운업계는 노후·비효율 선박을 교체해야 해 부담이 더 커진다.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던 만큼 수주 랠리가 길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76차 회의에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2%씩 탄소를 감축하는 안을 채택했다. IMO는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70%,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번 감축안이 1차 계획이다.

중국 진저우항 정박지를 화물선이 떠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또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CII) 등급제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EXI는 2013년 이후 만들어진 선박에만 적용했던 선박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모든 선박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EEX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 속도를 줄이거나 에너지 저감장치 등을 달아야 한다. CII 등급제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측정해 A부터 E까지 5가지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에도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임기택 IMO 사무총장은 “탈탄소를 위한 여정은 길지만,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달성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라며 “지금까지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앞으로 (환경규제) 조치가 더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시행까지 1년6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해운업계도 변화의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국적선사가 보유한 400톤급 이상 외항선 990척 가운데 844척이 EEXI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노후선박의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조선박을 발주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중소형 선사의 경우 여력이 많지 않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환경 규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친환경선박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등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67척 중 31척(46%), 액화석유가스(LPG) 추진선 48척 중 36척(75%)을 국내 조선업체가 따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EEXI와 CII 도입이 예고됐고 최근 ‘수주 랠리'가 이어지는데 환경 규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은 선가도 좋은 만큼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 규제는 지속적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는 이번 회의에서 IMO에 더 강한 탄소 규제를 주문,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4%씩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EU는 선박에도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세칙을 다음달 발표하며 규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연료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LNG만으로는 앞으로 강화되는 2027년 이후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메탄올과 에탄올이 대안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메탄올 추진선박의 검사기준을 새롭게 반영한 한국선급의 ‘저인화점 연료 선박규칙’을 최종 승인했다.

장기 과제로 암모니아, 수소선박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정밀화학(004000), 롯데글로벌로지스, 포스코(POSCO), 한국조선해양, HMM(011200), 한국선급 등은 지난달 그린 암모니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꾸리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IMO 회의에서 주요국이 생각보다 더 빨리, 더 강한 환경규제 도입에 목소리를 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차세대 연료를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