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을 알면 돈이 된다.’ 촉감은 몸을 덮고 있는 피부를 매개로 해 오감 중 가장 방대한 감각으로 꼽힌다. 촉감은 태아가 자궁에 있을 때 발달하기 시작하는 최초의 감각으로 ‘감각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접촉을 매개로 하는 촉각의 특성상 백신 보급 활성화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큰 분야다. 아울러 촉감 비즈니스는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욱더 감성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수준 발전 요인도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다양한 촉감 비즈니스의 세계를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관련 시장 전망도 취재했다. [편집자 주]
6월 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경복궁. 국내 스타트업의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촉각 안내 책자가 눈길을 끈다. 이 책자의 명칭은 ‘디자인 경복궁 점·묵자 촉각그림 관광카드’. 눈을 감고 손끝으로 책자에 부착된 검은색 부조를 만져보니 광화문의 상징 해치(獬豸·선악을 구분하는 상상 속 동물)부터 경복궁 전체 조망도, 근정전과 경회루 등 대표 건축물의 모양을 손끝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정현숙 경복궁 홍보해설팀장은 “스타트업이 서울시 예산을 받아 경복궁관리소와 협업사업을 통해 제작한 제품”이라며 “시각장애인도 더욱 유익한 경복궁 관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오감(五感) 중 하나인 ‘촉감(觸感)’을 활용한 비즈니스 사례다. 촉감은 몸을 덮고 있는 피부를 매개로 해 오감 중 가장 방대한 감각으로 꼽힌다. 촉감은 태아가 자궁에 있을 때 발달하기 시작하는 최초의 감각으로 ‘감각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하지만 컬러(시각), 향기(후각), 맛(미각), 소리(청각)에 비해 촉각 비즈니스는 발전이 더딘 분야다. 접촉을 매개로 하는 촉각의 특성상 백신 보급 활성화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촉감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 측면도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촉각은 다른 감각의 지각에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했다.
◇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발전 전망
촉감 비즈니스는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욱더 감성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보복 소비로 주목받는 명품 업체 ‘에르메스’의 버섯을 활용한 인조 가죽 제품이 한 사례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수준 발전 요인도 있다. 시장분석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19년 햅틱(디바이스를 통해 촉각적 경험과 운동감 등 피드백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 즉 촉각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장 규모가 약 7조원에서 매년 7% 이상 성장해 2026년에 약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촉감은 활용 분야가 넓다. 코카콜라는 잡는 부위의 촉감과 손의 구조까지 고려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인 ‘어고그립(ergo grip)’ 페트병을 출시해 한때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손가락 하나로 작동하는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도 촉각의 중요성을 더욱 키운다. 과거 삼성전자의 ‘연아의 햅틱(스마트폰 이전에 손가락으로 글을 쓸 수 있던 핸드폰)’을 시작으로 터치스크린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일본 소니는 최신 플레이스테이션 무선 컨트롤러에 햅틱 피드백을 탑재했다. 게임 중 차량이 진흙 길을 달리면 특유의 느릿한 움직임을 플레이어 손에 전달하는 등 현실감을 더한다. 무풍 에어컨은 살갗에 닿는 바람을 제거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를 통해 왜 촉각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요한지를 알아보고,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촉각 기술을 조망했다.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살갑게 와닿는 내용이 되기를 바란다.
◇ pluspoint Interview 안드레아 옌센 제네시스 CMF 팀장
“칼라팀 명칭 CMF로 변경...소재와 촉감, 색만큼 중요”
안상희 기자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 스가 차량 내 촉감 만족 극대화에 공들이 고 있다. 시각·청각에 만족감을 안기는 다 양한 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촉감이 차별 화된 고급화 전략에 필수적인 요소라 보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올해 조직의 ‘제네시스 칼라팀’ 명칭을 ‘제네시스 CMF’ 팀으로 바 꾼 배경이다. CMF는 color(색), materials(소 재), finish(마감)의 약자다. 안드레아 옌센 (Andrea Jensen) 제네시스 CMF 팀장은 6 월 1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제 네시스 신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과 소 재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마감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소재의 촉감은 색만 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옌센 팀장은 2003년부터 스페인 세아트, 독일 폴크스바겐, 체코 스코다 등 세계적 인 자동차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담당해왔 다. 현대차에는 지난해 2월 합류했다. 그는 “차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에서 고객의 손 길이 닿는 모든 감각이 중요하다”며 “제네 시스는 고객에게 최상의 프리미엄 경험을 선사하고자 촉각, 청각, 후각, 시각 등 모든 감각을 어루만지며 집에 머무는 듯한 안락 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네시스가 촉감 강화에 신경 쓴 사례는.
“차량 버튼에는 대부분 부드러운 느낌의 색과 마감을, 알루미늄 소재에는 차 가운 느낌의 마감을 적용했다. 가령 제 네시스의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에는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췄을 때 보이 는 난반사에서 영감을 얻은 ‘지-매트릭스 (G-Matrix)’ 패턴의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또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가구 공정 과정 에서 버려진 나뭇조각으로 만들어진 업사 이클링(upcycling·낡거나 버려진 물건을 가공해 새 가치로 재창출하는) 나무를 활 용하기도 했다. 업사이클링 나무는 정교하 게 층을 이루도록 개발해 자연스러움을 더 했다.”
최상위 세단 G90이 강조한 촉감은.
“G90에는 브랜드 처음으로 오픈 포어 (open pore·도장 면의 두께를 최소화해 부 드러우면서도 목재의 질감을 살리는 공 법) 방식으로 나무를 가공해 자연적인 느 낌을 줬다. 오픈 포어로 가공한 나무는 기 존 코팅 형태보다 나무의 촉감과 감성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플래 그십(브랜드 최상위 차종) 모델의 고급스 러움을 최대한 살리는 데 신경 쓴 것이다. G90 리무진 모델에는 최고급 가죽인 세미 아닐린을 좌석에 적용해 감성을 살렸다.”
차량에 어울리는 나무를 어떻게 찾나.
“세계 산림을 찾아다닌다. 가령 GV80은 허승완 책임연구원이 적합한 수십 가지 의 나무를 찾고자 전 세계 베니어(얇은 나 무판) 산지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패턴(무 늬)과 색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적합한지, 브랜드의 높은 디자인 수준을 충족하는지, 내장 색과 어울리는지 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GV80에는 이탈리아산 고급 수종인 ‘올리브 애시’가 선택됐다. 여기에 나무 무늬 사이에 메탈 릭 금속 느낌의 색을 넣는 포어필러 기법 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제네시스가 미래 소재로 고려하는 것은.
“제네시스는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 럭셔리 소재를 사용하고자 노력한다. 가죽 폐기물을 엮은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도 했으며,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직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버섯 가죽과 비건 대체품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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