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036460)를 거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면서 LNG터미널 사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LNG터미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어 터미널 사업이 에너지 기업의 신성장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가스(018670)는 2025년까지 울산에 수소복합단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연내 LNG터미널 착공에 들어간다. SK가스는 울산 복합단지에 원료 도입부터 수소 생산, 수요 창출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천연가스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다. 액화시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섭씨 -162도에서 냉각한 뒤 액체 상태로 운송해 국내로 들여온다. 이렇게 수입한 LNG는 국내 터미널에 저장해뒀다가 다시 기체 상태로 변환해 각 기업에 공급한다. SK가스의 수소복합단지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한 뒤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냉열로 수소를 액화하는 설비다. -162도인 LNG를 다시 기화할 때 1㎏당 약 200kcal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냉열이다.
그동안 냉열은 바다나 공기 중으로 버려졌다. 이 냉열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 수소복합단지의 핵심이다. SK가스는 LNG터미널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수소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수소 사업 진출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면서 울산을 전초기지로 삼아 향후 전국을 대상으로 한 수소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SK E&S와 GS에너지가 지분 50%씩 투자해 합작 운영하고 있는 보령 LNG터미널도 지난해 증설에 돌입했다. 보령 LNG터미널은 지난해 기준 80만㎘급 LNG 저장탱크 4기와 연간 400만톤의 LNG를 직도입 할 수 있는 하역부두, 기화·송출 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양사는 앞서 지난 2018년 LNG 저장탱크 5·6호기의 증설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7호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총 저장능력은 140㎘로 확대된다. 이 터미널의 지난해 매출은 562억원이다.
SK E&S는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 터미널과 연계한 수소 생산 기지를 건립한다. 예상 수소 생산 규모 25만t으로 단일 시설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광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LNG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이 사업으로 14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1조 4465억원)의 10%에 해당한다. 포스코에너지는 최근 1437억원을 투입해 광양 LNG터미널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번에 증설하는 6탱크는 20만㎘ 용량으로 2024년 5월 준공 예정이다. 6탱크가 준공되면 광양 LNG터미널의 저장 용량은 현재 운영중인 1~5탱크 73만㎘에서 93만㎘으로 확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증설은 LNG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LNG터미널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국내 LNG 직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과 발전공기업, 도시가스회사 등은 주로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수입한 천연가스를 구입했다. 그러나 국내 민간 발전회사들이 자체 소비 목적으로 LNG 직수입 물량을 늘리면서 가스공사의 독점이 깨지고 있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상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연료의 대체 등에 따라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 자체 소비를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직수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터미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발전 자회사나 관계사에 LNG를 공급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은 2005년 33만톤(t)에서 2020년 920만t으로 28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천연가스 도입 물량의 22.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에 들여오는 일명 '우회 직수입' 물량도 포함된 것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이 2021년 4169만t에서 2034년 4797만t으로 연평균 0.81%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LNG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5조594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터미널의 냉열로 수소를 액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본업 외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LNG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어 관련 산업의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