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LG(003550)그룹은 지배구조의 모범생으로 통한다.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잡음 없이 경영 승계와 계열 분리를 이어오고 있다.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인 ㈜LG의 지분 46.7%를 보유해 확고한 경영권을 쥐고 있다. ㈜LG는 전자계열과 화학계열, 통신·서비스 계열 등 주요 계열사들을 순환출자 없이 보유하고 있는 순수 지주회사다.

구본준 LX홀딩스(383800) 회장이 최근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을 갖고 계열분리를 완료하면서,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체제가 완성됐다. 재계는 당분간 LG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LG그룹 오너 가족들이 구자경 명예회장의 미수(米壽·88세)연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있는 장면. 앞줄 왼쪽에서부터 구본무 LG회장 부부,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씨. 뒷줄 왼쪽부터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부부, 구광모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부부.

◇ 오너 일가, ㈜LG 지분 절반 가까이 확보해 안정적 지배구조 확립

LG그룹은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인 ㈜LG를 통해 각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보면 구광모 회장 15.9%, 구본준 LX그룹 회장 7.72%, 구본식 LT그룹 회장 4.48%,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 4.20%,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5%,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씨 2.92% 등이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46.7%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상장 지주회사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절반 가까이 보유한 곳은 LG가 유일하다.

계열사는 크게 전자 계열과 화학계열, 통신·서비스 계열 등으로 나뉜다. ㈜LG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지주사를 정점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수평계열화된 구조다. LG그룹이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자계열은 LG전자(066570)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034220)(지분율 50%), LG이노텍(011070)(40.8%), 로보스타(090360)(33.4%) 등의 상장사가 있다. LG그룹의 모태는 1947년 1월 설립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이지만, LG전자가 그룹의 중심이다. ㈜LG는 LG전자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화학계열은 ㈜LG가 지분 33.3%를 보유한LG화학(051910)이 정점이다. 그 아래 LG에너지솔루션(100%), 팜한농(100%), 씨텍(50%) 등의 회사가 있다. LG가 최근 전장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한다. 통신·서비스계열은 LG유플러스(032640)LG헬로비전(037560), 미디어로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LG가 LG유플러스 지분 37.7%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내 바이오·뷰티·식음료 등의 사업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은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해태HTB, 태극제약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 구광모 취임 3년... 최대 과제였던 구본준 계열 분리도 마무리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2006년 LG전자 재정부문에 대리로 입사한지 12년 만이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지분 대부분을 상속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도 무리 없이 확보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분 상속 전에도 6.24%의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였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 후계자로 낙점된 뒤 십수년에 걸쳐 ㈜LG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본무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친아들을 잃은 뒤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던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LG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을 위한 결정이었다.

LG는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룹의 경영권은 장자가 승계하고 친인척들은 물러나거나 독립해 경영권 갈등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 1969년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작고했을 때 재계에서는 첫째 동생 구철회씨가 총수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구철회 씨를 비롯한 5형제는 구인회 회장의 첫째 아들 구자경 회장을 2대 회장으로 앉혔다. 이후 구인회 회장 형제들은 계열분리를 통해 LIG와 LS 등으로 독립했다. 이후 LG그룹은 장자 승계 후 친인척은 일부 회사를 들고 독립해 계열분리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그의 작은 아버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계열 분리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구본준 회장은 그룹 고문으로 있다가 지난 5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을 떼내 독립했다. 그룹의 주력인 LG전자, LG화학과 연관성이 비교적 적은 업종이다. LG그룹은 향후 기존 주력 업종에 더욱 집중하고, 분할부문 역시 새 체제에서 성장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준 회장의 독립으로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 친인척 계열분리 쉬운 것도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 덕분

LG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고, LG는 2000년 7월 ‘21세기형 경영체제 전환‘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당시 공동 창업주인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간 대주주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선제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한다.

LG그룹은 총 4단계에 걸쳐 지주화 전환에 성공했다. 2001년 4월 LG화학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인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3개 회사로 출범시켰다. 이후 2002년 4월 LG전자를 LGEI와 LG전자로 인적분할했다.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화학 부문 지주사 LGCI가 LG생활건강과 LG화학의 지분을 취득하고 전자 부문 지주사 LGEI가 LG전자 지분을 취득해 지주회사가 됐다. 끝으로 2003년 3월 LGCI와 LGEI가 합병하며 ㈜LG가 탄생했다.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서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오너 일가의 지분은 지주사로 집중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7월에는 공동 창업주 허씨 일가가 GS(078930) 계열 분리해 독립할 수 있었다.

그동안 LG그룹에서 GS와 LIG, LS, LF, 아워홈, 일양화학, 희성그룹, LT그룹 등 수많은 기업이 계열분리했음에도 잡음이 없었던 것은 이런 지배구조 덕분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재계에서는 당분간 LG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자녀가 아직 어려 5세 승계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향후 ㈜LG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의 증여 또는 상속 등으로 일부 지분율 변동정도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