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 생산 과잉으로 2034년에 대부분의 송전망 시설에서 과부하가 발생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가 자체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2034년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과잉으로 평시에는 8곳, 일부 설비 고장시에는 13곳의 송전망에서 과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는 현재 변전소 13개(변환소 포함), 송전선로 26개 등의 송전망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설비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제주 송전망 전체가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는 2028년에 이미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수요를 넘어 정상 운영시에도 4개 송전망 시설에서 상시 과부하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일부 시설 고장이 발생하면 과부하 설비는 6곳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력거래소가 연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8760시간 운전한다는 조건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력거래소는 제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2028년 3147메가와트(MW)에서 2034년 4135MW로 약 1.5배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현재 제주 지역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 최대 수용 용량은 572MW이다. 2034년에는 신재생 에너지 최대 수용 용량의 7배에 달하는 전기가 생산되는 셈이다. 전력거래소는 기존 송전망을 증설하고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 생산이 부족하면 블랙아웃이 발생하지만,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려도 블랙아웃 발생 위험이 커진다. 제주는 송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남아도는 전기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는 2038년부터 상시적인 블랙아웃 발생 위협에 시달리거나, 다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포화 상태라 전력 상황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는 풍력발전을 총 77회 중단했으며 올해는 4월 말까지 51회 중단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제주의 풍력발전 중단 횟수가 올해 201회, 내년 240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제주도는 신규 풍력발전기 133기(638MW)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제주에 송전망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변전소나 고압 송전선로는 지역 주민들의 기피 시설이라 신규 건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는 남아도는 전기를 육지로 전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설비가 부족하고 곧 육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포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 역시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봄과 가을에 북서풍이 세게 불어 풍력 발전소의 전력 생산이 급증한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의 경우 태풍이 불지 않으면 오히려 전력 생산이 크게 줄어든다”며 “남아도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이 있는데 이런 시설을 대규모로 짓는 것은 자연훼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