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원자재 가격 안정화 조치’의 영향으로 중국 내 철강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도 등락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수요산업과 협상을 앞둔 국내 철강업계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열연 유통가는 톤당 5453위안(약 95만원)으로 일주일만에 4.5%하락했다. 지난달 초만해도 노동절 연휴(1일~5일) 이후 개장했을 때 톤당 6143위안(약 107만원)까지 뛰며 200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 기간에 철광석 가격도 정점을 찍고 내렸다.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2일 톤당 237.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8일 190.51달러까지 내렸다. 이후 1일 기준 다시 200달러선을 회복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을 단속하고 나서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사재기나 독과점 단속을 지시한 뒤 지난달 23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이 철강, 철광석, 구리 대표기업들과 웨탄(豫談)을 진행했다. 웨탄은 형식상 예약 면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기관이 질책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통로다. 중국 당국은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중국 정부가 철강제품을 수출하면 최대 13%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수출증치세를 취소한데 이어, 오는 7월부터 최대 15%의 수출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도 하반기 협상을 앞두고 중국발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철강업계는 수요산업과 협상을 통해 조선용 후판가격을 톤당 10만원, 자동차 강판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했다. 모두 4년만이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지렛대가 됐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이 내리면서 하반기 협상에서도 같은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 추가 인상을 자신하고 있다. 수급이 빠듯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철강제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과 서유럽 지역은 톤당 1300달러, 미국은 숏톤(미국의 무게 단위로 1숏톤은 907㎏)당 160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2월 13년만에 숏톤당 1200달러를 넘어선 뒤 매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이달 들어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10만원가량 인상했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1월 톤당 8만원, 2월 10만원, 4월 5만원, 5월 7만원 등 6개월 연속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비 부담이나 시장 상황을 볼 때 제품 가격을 추가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수출 물량을 줄인 점도 저가 경쟁 부담을 줄여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