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류 팬이 1억명을 넘어서고, 팬덤 경제 규모가 8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팬더스트리(Fan+Industry·팬덤을 기반으로 한 산업)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SM·엔씨소프트 등 3파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

31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인수·합병(M&A), 자회사 상장 등 몸집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는 최근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와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다. SM엔터는 이에 대해 지난 27일 “사업제휴 및 지분투자 관련 다각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어떠한 내용도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8일 출범한 SM스튜디오스에도 투자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SM스튜디오스는 SM엔터의 100% 자회사로 에스엠 소유한 SM C&C(048550), 키이스트(054780), SM라이프디자인그룹, 미스틱스토리, 디어유 등의 지분을 출자해 설립했다. 출자액은 약 2446억원 규모로, 비음악사업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네이버와 손을 잡은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는 지난 1월 K팝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 LIVE)’ 사업을 양수하고, 네이버가 위버스컴퍼니의 지분 49%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위버스컴퍼니는 하이브 외에도 YG엔터테인먼트(트레저), FNC엔터테인먼트(체리블렛) 등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포함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500만을 돌파했고, 각 아티스트의 커뮤니티 가입자 수는 2200만여명(중복 가입자 포함, 3월 기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036570)가 자회사 클랩(KLAP)을 설립하고 지난 1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출시해 팬더스트리의 중심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면서 하이브·SM·엔씨소프트 등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자체적으로 속한 아티스트가 없는 유니버스는 몬스타엑스, 강다니엘, 오마이걸 등을 영입하고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업계 안팎에서 카카오의 SM엔터 및 SM엔터 계열사 인수설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도 이같은 경쟁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카카오는 위버스에 합류한 네이버, 유니버스를 출시한 엔씨소프트와 달리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없다”며 “이미 하이브·YG엔터와 네이버가 동맹을 이룬 만큼 SM엔터 역시 카카오와 반대 연합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공연 등 오프라인에서 주로 창출하던 이익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팬 플랫폼 사업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하이브의 경우 지난해 위버스 플랫폼의 매출 비중은 전체 총매출액의 41%로 크게 늘었고, 위버스를 통한 MD(기획상품) 콘텐츠 결제액만 3280억원에 육박했다.

SM엔터 역시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팬덤 플랫폼 덕을 봤다.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리슨(Lysn)’과 ‘버블(Bubb)’로, 모두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고 있다. 디어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9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지난해 총매출액(130억원)의 절반 이상을 1분기에만 벌어들였다. 이에 같은 기간 SM엔터의 기타 자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31억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