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항공사 ‘굿즈’(기획상품)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외 여행을 못 가는 소비자는 항공사 굿즈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고 항공사는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이 최근 출시한 이른바 ‘보딩패스 휴대폰 케이스’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탑승권(보딩패스)과 비슷하게 만든 이 상품은 케이스 후면에 이름과 도착지, 출국날짜, 좌석 번호 등을 새겨 넣을 수 있다. 주문 제작 방식인 탓에 배송까지 10일가량 소요되는데도 주문이 몰리면서 현재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자사 로고 상품의 매출이 2배 정도 늘었다”며 “과거 항덕(항공 덕후의 준말)들이 주로 찾았던 상품을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린이용 승무원 코스튬. /이스카이숍 홈페이지

대한항공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 ‘이스카이숍’에서 어린이용 승무원복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7만7000원.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의 트레이드마크인 하늘색 머플러와 머리띠도 포함돼 있다. 실제 파일럿 유니폼을 본뜬 남아용 승무원복도 판매 중인데, 객실 승무원이나 파일럿을 꿈꾸는 아이를 둔 부모가 많이 찾는다. B777 모형 비행기와 블록완구, 승무원 복장의 테디베어 역시 인기 상품이다.

대한항공 로고를 단 상품의 매출액은 지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엔 단순 판촉물 형태의 로고 상품을 개발했다면, 지난해부터는 브랜드 굿즈 형태의 신규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판매 채널이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해외 여행 대신 굿즈를 소비하는 경향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굿즈는 최근 중고 시장에서 웃돈까지 얹어져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대한항공이 퇴역한 여객기를 분해해 400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네임택은 현재 중고나라에서 10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상품은 2700마일리지로 살 수 있었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약 2만5000원가량이다.

대한항공 휴대전화 케이스(왼쪽)와 에어서울의 에어팟 케이스, 사원증 모양의 키링. /대한항공, 에어서울 제공

저비용항공사(LCC)도 굿즈 판매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에어부산(298690)은 지난 25일 자사 로고 상품 온라인 쇼핑몰 ‘샵에어부산'을 오픈했다. 에어부산 유니폼과 항공기 및 항공권 등의 디자인을 본떠 만든 마그네틱, 배지, 키링 등의 상품을 팔고 있다. 항공사 굿즈를 찾는 문의가 늘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열게 됐다는 게 에어부산의 설명이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9월 ‘민트몰’이란 이름의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자사 로고가 들어간 핸드폰 케이스와 배지 판매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한정 판매한 에어서울 사원증 모양의 키링은 출시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현재 에어서울 홈페이지에는 재입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에어서울은 이르면 6월쯤 해당 상품의 판매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비행기에서만 먹을 수 있던 기내식을 굿즈로 출시한 항공사도 있다. 진에어(272450)는 ‘지상에서 즐기는 기내식’이란 콘셉트로 ‘비프 굴라쉬 파스타' ‘캐슈너트 치킨과 취나물 밥' ‘크림파스타' 등 3가지 종류의 가정간편식(HMR)을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기내식과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기내식 박스를 본 떠 만든 패키지에 음식을 담았다. 출시 한달 만에 1만개가 팔렸다. 최근에는 안심스테이크를 메뉴에 새로 추가했는데, 전자레인지에 3~4분만 조리하면 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

AK& 홍대점에서 오는 7월까지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에서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AK플라자 제공

제주항공(089590)은 아예 기내식 카페를 차렸다. 지난 4월 서울시 마포구 AK&홍대 1층에 문을 연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란 카페다. 제주항공 승무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한다. 지금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매일 수백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하루 평균 120인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는데 거의 다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GS25와 손잡고 기내식 콘셉트의 편의점 도시락 2종도 출시했다.

항공사들은 굿즈 판매가 고객 서비스 전략 차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항공사들이 앞다퉈 실시하고 있는 ‘관광비행’과 같은 맥락이다. 수익보다 브랜드 홍보 목적이 더 크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여객 수요가 회복했을 때 소비자들이 기억 속에 남는 항공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