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가수 및 음반사가 한국 아티스트의 곡을 번안해 유튜브에 올리고 원곡인 것처럼 자신들의 저작물로 등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엔터테인먼트업계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가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유의 ‘아침 눈물', 토이 ‘좋은 사람',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 등 한국 가수의 노래를 중국 쪽에서 자신들의 저작물로 등록하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원곡자의 동의 없이 한국어 노래에 중국어 가사를 붙인 번안곡을 유튜브에 올리고, ‘콘텐츠 아이디(Content ID)’를 등록한 것이다.

중국인 가수 루오샤오한(落小寒)&난링즈(南鈴子)의 ‘루오러이창한(落了一場寒)'으로 저작권이 등록된 아이유의 '아침 눈물' 노래 영상. 현재 이 영상은 아이유의 소속사인 이담엔터테인먼트의 저작권 침해 신고로 차단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2009년 발매된 아이유의 노래 ‘아침 눈물'은 2017년 중국인 가수 루오샤오한(落小寒)&난링즈(南鈴子)의 ‘루오러이창한(落了一場寒)’으로 저작권이 등록됐다. 토이의 ‘좋은 사람'은 롱페이롱즈(龍飛龍澤)의 ‘리구안하이안(日光海岸)’으로,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은 쑤이인(蘇一音)의 노래 ‘인시엔덩다이(隱身等待)’ 등으로 등록돼 원곡에 우선해서 저작권자로 명시돼 있는 상태다. 이들 외에 윤하, 이승철, 다비치 등도 피해를 입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가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가 운영하는 ‘콘텐츠 아이디'는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콘텐츠의 소유권이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자체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다. 콘텐츠 소유권을 주장하는 원작자가 원본을 식별할 수 있는 ‘참조 파일'을 등록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와 일치하는 복사본을 자동으로 판별한다. 이로 인해 원작자는 타인이 올린 영상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원작자가 유튜브에 먼저 소유권을 등록해야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맹점을 공략했다. 콘텐츠 아이디가 등록되지 않은 한국 노래를 중국 음반사가 무단으로 중국어 가사로 번안한 뒤, 마치 원곡인 것처럼 유튜브에 등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원곡자에게 가야 할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해당 중국 음반사로 배분돼왔다.

유튜브의 음악 사용료는 저작인접권료와 저작권료로 구분돼 관리된다. 저작인접권은 음반제작자와 가수·연주자 등 실연자의 권리로, 작사·작곡·편곡자의 몫인 저작권과 차이가 있다. 국내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 음반사에 도용된 것은 비교적 관리가 소홀했던 저작인접권으로, 저작권은 넘어가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제공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정당한 권한이 없는 중국어 번안곡의 음반사는 빌리브 뮤직(Believe Music), EWway 뮤직, 인조이 뮤직 등으로 파악된다”며 “원곡의 음반 제작사(레이블) 측에서는 그간 콘텐츠 아이디를 등록하지 않아,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해당 중국 음반사로 배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용료 또한 소급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해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신탁관리단체를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음반사가 무단으로 등록한 저작인접권을 돌려받으려면 원곡자 본인이 유튜브에 이의신청하고 입증자료를 보내야 한다. 유튜브는 해외 유통사에 소유권 주장을 철회하고 참조 파일 등록을 해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음반사의 타깃이 된 곡들은 대부분 2010년대 초반에 저작인접권이 다른 회사로 양도됐는데, 당시는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아 등록 및 관리에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만큼 저작권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