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개발한 에그타르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닮은꼴 캐릭터 ‘제이릴라’ 등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는 마케팅이 소셜미디어(SNS)와 트렌드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음악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 뮤지엄샵에서 판매하는 ‘에그타르트’가 지난 14일 개관 이후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일일 500개 한정으로 판매되는 에그타르트 한 박스의 가격은 9800원으로, 1인당 2박스씩 구매할 수 있다. 이에 MZ세대 팬들 사이에선 품절되는 시간, 남은 수량 정보, 구매에 성공한 후기 등이 SNS에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 제품은 하이브의 베이커리 브랜드 ‘뱅앤베이커스(Bang&Bakers)’와 제빵 전문 식품 회사인 삼림SPC가 공동개발해 만들었다. 뱅(Bang)은 방시혁 의장의 성에서 따온 것으로,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해당 상표를 등록했다. 방 의장은 과거 하이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당시 방탄소년단(BTS)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접고 에그타르트 사업을 하려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에그타르트 위에는 방 의장의 얼굴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작은 종이 형태로 올려져 있다. 이는 BTS 멤버 정국이 과거 자체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방 의장의 얼굴을 형상화해 직접 그린 것이다. 해당 캐릭터는 에그타르트 외에도 지난해 5월 BTS의 또 다른 멤버 슈가가 공개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 타이틀곡 ‘대취타’ 뮤직비디오에 그림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최근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 닮은꼴로 유명한 ‘제이릴라(Jrilla)’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선보이기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의 영어 이니셜 알파벳 ‘J(제이)’와 고릴라를 합친 캐릭터다. 지난해 9월 이마트(139480)가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같은 해 12월 신세계푸드가 이를 양도받았다.
정 부회장도 SNS를 통해 제이릴라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주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제이릴라를 못마땅해하는 반어법 전략을 구사한다. 골프장에서 제이릴라와 함께 찍은 영상을 올리며 ‘정말 짜증 나네 이 고릴라 XX’라고 적거나, 자신 옆에 붙어선 제이릴라의 사진에 ‘자꾸 찾아와서 친한 척하는데 귀찮아 죽겠음. 그리고 나랑 하나두 안 닮았음'이라고 쓰는 식이다.
MZ세대 반응은 폭발적이다. 정 부회장이 제이릴라를 ‘저격’하는 게시글에는 ‘형님, 쌍둥이 동생한테 화내시면 안 됩니다', ‘개그맨보다 더 웃김', ‘굿즈 나오면 좋겠어요' 등의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지난달 2일 처음 개설된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한 달 만에 5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각 기업의 ‘회장 마케팅'을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과거 딱딱한 이미지였던 그룹 총수들이 소위 부캐(부수적인 다른 캐릭터)를 내세워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라이언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라이언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MZ세대 사이에서는 진한 일자 눈썹과 콧수염 등이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을 닮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름 역시 김 의장의 영어 이름 ‘브라이언'과 유사하다. 라이언은 지난 2017년 카카오 정기 인사 때 임원 승진자 명단에 올라 ‘라 전무’로 고속승진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라이언을 캐릭터 사업뿐만 아니라 금융업, 웹툰 등 다양한 신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시장에 진출할 당시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디테일한 서사가 있는 부캐 마케팅을 통해 MZ세대와 친밀감을 형성하면, 이는 곧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된다”면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더욱 쉽게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많은 기업이 시도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