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이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로 수주한 것이 발목을 잡았고 최근에는 철강재 가격 인상 등 비용 부담까지 겹쳤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50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4783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캡처

조선사들은 연초부터 수주 랠리를 펼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만 총 42척, 51억달러(약 5조76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액 78억달러의 65%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총 19척, 17억9000만달러(약 2조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77억달러)의 23%를 채웠다.

수주 랠리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시차 때문이다. 선박의 경우 수주 후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2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선박 건조 진행률에 따라 수주금액을 나눠 받는다. 현재의 실적은 과거에 따냈던 물량 몫이고, 올해 1분기 수주 물량은 오는 2022년 하반기나 실적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조선업체가 과거에 수주한 선박은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몇년 동안 발주 물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중국 조선소와 저가 경쟁을 벌여야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비워둘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원자재 비용 상승은 당장 부담을 준다. 선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값이 대표적이다. 후판 가격은 최근 철광석 가격이 뛰면서 유통가 기준으로 10년만에 톤당 100만원을 넘어섰다. 철강업체와 조선업체는 반기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올해 상반기에 대부분 톤당 10만원 이상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올해 1분기에 반영된 비용만 1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연간 매출은 6조9000억원, 영업손실은 76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3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면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은 수주 랠리 덕분에 독을 채웠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조선업체의 전체 수주잔량은 243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약 2년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저가 경쟁을 벌이던 중국 조선소 역시 2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조선업체들이 제값에 건조계약을 따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선가도 상승세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136까지 올랐다. 지난해 평균 126보다 7.9% 상승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감을 확보한 만큼 이제부터 수주 물량보다 질이 중요해졌다”며 “특히 환경규제와 맞물려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