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 부문의 사업 분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만 2년을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의 분쟁이 종료됐고 손익분기점 달성 시기가 가시화된만큼 사업 분할을 위한 환경이 갖춰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공장 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수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조만간 사업 분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은 올해 1분기 5263억원의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 1분기 1295억원, 지난해 1분기 2888억원 등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사업 매출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3조원 중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손실 규모는 지난해 대비 30% 줄어들 것이며,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문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며 미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사업 분할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할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해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대표는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SK그룹이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분할 여부나 방식 등을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석유화학·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분할 계획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먼저 만 2년을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분쟁이 지난달 종지부를 찍은만큼, 소송 관련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기획실장 역시 컨퍼런스 콜에서 “사업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글로벌 OEM(완성차)업체와 논의하는 추가 수주가 가까운 시일 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와 실적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자신감은 향후 사업 분할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손익분기점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배터리 분야 후발주자임에도 이익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 부분이 확인돼야 사업 분할 후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를 속도감있게 집행해야 하는 상황인만큼 분할 시기를 마냥 늦추기도 어렵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공장 증설에 한창이다. 미국 조지아주 1,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까지 추가로 1조5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남서쪽 이반차 지역에도 오는 2028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3공장을 짓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막대한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재무적 부담이 크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중기적으로 연간 3조~4조원의 투자 소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LG화학(051910)(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과의 배터리 분쟁 합의상 총 2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기업공개(IPO) 및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유입으로 중단기적 자금 소요에 대한 대응 여력이 확충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추이와 예상 자금소요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지금, 시장 선점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둬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엔 한계가 있어 결국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후 IPO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