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팜(식물공장) 업체들이 중동에서 잇따라 수주 계약을 따내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식물공장에서 샐러드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을 길러낼 전망이다.
‘팜에이트’는 최근 자회사 플랜티팜과 쿠웨이트 정부가 125만달러(약 14억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 식물공장을 건설하고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식물공장은 온도와 빛, 습도, 양분 등을 조정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팜에이트에 따르면 플랜티팜은 이번 계약에 따라 700㎡ 규모의 식물공장을 쿠웨이트 남부에 위치한 ‘알 와프라 구역(L WAFRAH Block 3)’에 구축한다. 2022년 3월부터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등 고급 채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플랜티팜은 식물공장 운영 노하우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식물공장 내 각종 데이터도 분석·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초도계약 성격으로, 재배가능성 등이 입증되면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구축 사업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엔씽’도 아랍에미리트(UAE)의 종합식품 물류·유통기업인 사리야(Sarya)그룹과 수직농장 구축 관련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300만달러(약 34억원)다.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식물공장 ’큐브’를 연말까지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엔씽의 큐브는 IoT 기반의 자체 개발 솔루션 ‘큐브OS’를 통해 작물의 생장 환경을 제어, 작물의 생육 기간과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수경재배형 식물공장이다. 컨테이너 모듈을 수평으로 연결하고 수직으로 쌓아 농장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
앞서 엔씽은 큐브의 기술검증(PoC)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UAE 아부다비에 큐브 8개 동을 설치, 바타비아와 케일, 레터스, 오크리프 등 채소류의 재배·수확 과정을 시험했다. 검증 결과 8개동에서 최대 12톤 규모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목표로 했던 작물별 중량 140g을 넘어선 평균 200g의 작물 출하에도 성공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지역과 기후환경의 제약을 넘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을 구현하는 큐브의 기술력과 시장성에 대한 중동 현지의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기쁘다”며 “중동지역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우호적 파트너로서 협력 가능한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다.
중동 국가들이 식물공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도 국가들은 그동안 기후 조건 때문에 농산물 재배가 어려워 수입에 의존해왔다. 쿠웨이트는 경작이 가능한 면적이 전 국토의 0.6%, UAE는 0.4%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해 들어온 채소류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6성급 호텔에 납품될 정도여서 중동 국가 대부분이 식물공장 사업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팜에이트는 이번 쿠웨이트 수주를 디딤돌 삼아 인근 아랍 국가에도 식물공장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몽골 등에는 식물공장과 샐러드 가공공장이 결합된 형태의 플랜트 구축을 위한 합자회사(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는 “홍콩 등의 합자회사는 공장 구축뿐만 아니라 생산된 채소의 유통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팜 기술을 무기로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엔씽 역시 UAE를 비롯해 중동 지역은 물론 아시아와 미주 지역 진출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