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현재 수준(시급 8720원)으로 동결된다 해도 추가 고용이 어려운 상황으로 조사됐다. 또 지금 판매 가격을 올릴 예정이거나 최저임금이 1~5% 미만으로 오르면 가격 인상을 실시하겠다는 자영업자 역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경기회복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또는 인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자영업자 중 53.1%가 현재 최저임금이 경영에 많이 부담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경연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이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의 고용 여력은 이미 대부분 바닥난 상태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 53.9%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5~10%, 10~15% 인상 시 각각 11.8%가 새로 직원을 뽑지 않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냐는 질문에는 “현재도 한계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높았다. 특히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이 근무하는 자영업자들의 40.6%는 현재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전방위적인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만큼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판매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1~5% 미만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응답이 27.2%로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의 23.6%는 지금도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가격 인상 예정이거나 5% 미만 최저임금 인상 시 가격을 올리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도·소매업(55.6%)과 숙박·음식점업(53.2%)이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면 경기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33.4%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종식(31.5%),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확대(19.6%), 최저임금 제도 개선(!4.7%)가 뒤를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이 45.7%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는 1~5% 미만이 22.5%, 인하가 16.2%, 5~10% 미만이 9.3% 등이었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현실화(시급 산정 시 분모에서 법정주휴시간 제외)’가 1순위로 가장 높았고,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이 2순위로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