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LS전선과 풍산(103140) 등 구리 관련 회사의 매출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리 가격 상승분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단기간에 수익성까지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최근 구리는 톤당 1만53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일 1만달러선을 넘어선 뒤 10일에는 1만724.5달러까지 치솟았다. 2011년 2월 역대 최고가(1만190달러)를 10년여만에 넘어선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5000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해 1년새 2배가량 올랐다.
구리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영향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구리가 많이 들어가는 전선 수요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구리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급문제도 불거졌다. 구리 최대 공급국인 칠레가 지난달부터 국경폐쇄에 들어갔고, 칠레 항구와 광산 노조의 파업까지 이어졌다. 지난 6일 칠레 하원의회에서 광물판매 누진세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같은 수급 조건을 근거로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LS전선과 대한전선(001440) 등 전선업계도 매출이 크게 뛸 전망이다. 구리 가격 상승을 지렛대 삼아 제품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올해 1분기 매출이 39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LS전선은 지난해 매출 4조8314억원을 넘어 올해는 5조원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LS전선 관계자는 “계약 내용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전반적으로 제품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풍산도 올해 1분기 매출이 725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4.8%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62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풍산의 신동(伸銅·구리 가공) 사업부문은 구리와 전기동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매출도 뛰는 구조다. 재고 평가이익에 따라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동박(銅薄·구리를 얇게 가공한 판) 업체들도 구리 가격 상승을 지렛대 삼아 매출 성장이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일진머티리얼즈가 올해 1분기 매출 174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26.6%가량 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구리 가격 인상만으로 수익성이 당장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매출만큼 수익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리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품 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는데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원료 가격 상승분을 그대로 제품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날 중소기업중앙회와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재료 생산 대기업은 인상된 가격을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에게 통보하고, 전선 수요처인 대기업은 원재료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아 현장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리 제련업계도 구리 가격 인상과 제련마진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제련비를 결정하는 구리 광산 입장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제련소가 늘어나면서 제련비를 낮추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떨어질수록 제련비도 떨어지는 만큼 구리 가격 상승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반대로 구리값이 오른다고 제련비도 인상되는 것은 아니어서 구리 시세만으로 수익성이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