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중공업과 인프라코어의 합병으로 1년여 간 진행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 후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두산인프라코어 투자부분과의 합병을 의결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등 건설기계, 관련 엔진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부문’과 두산그룹 계열사 지분관리 및 두산밥캣(241560)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으로 나뉜다. 사업부문은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인수하고, 투자부문은 이날 두산중공업으로 흡수합병됐다. 공식 합병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두산그룹은 중공업·인프라코어 합병을 마지막으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 이행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4월 27일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탈원전·탈석탄정책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자산 매각을 비롯해 유상증자·비용축소 등으로 3조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했다.
두산그룹은 1998년부터 사옥으로 쓰던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매각가 8000억원) 매각을 시작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후 ㈜두산 유압기 사업부인 모트롤BG와 동박 생산업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336370))를 각각 4530억원, 6986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클럽모우CC 골프장도 1850억원에 팔았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을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작업을 완료했다.
시장에선 일부 사업부문이나 계열사의 추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두산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자금력)도 충분히 확보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산 추가 매각은 시장에 떠도는 낭설”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알짜 기업을 모두 매각하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재계 15위였던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 등으로 순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호실적을 기록하며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올 1분기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3.6%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2019년 이후 다섯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한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순이익은 2481억원으로, 11분기만에 흑자 전환했다. 두산밥캣도 같은 기간 매출액 1조2248억원, 영업이익 1713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97.3%, 23.3% 늘었다.
두산그룹은 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 위상을 재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김포열병합발전소(3600억원)과 폴란드 폐자원에너지화 플랜트(2200억원), 네팔 수력발전(4000억원), 창원 수소액화플랜트(1200억원)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비중을 전체의 6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