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유소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알뜰주유소가 올해로 도입 10주년을 맞이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 석유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기름값을 낮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가격 위주의 지나친 출혈 경쟁을 유발해 결국 민간 주유소가 설 곳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달하던 시절,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는 명목 하에 시작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알뜰 주유소는 1237곳으로, 전국 1만1304개 주유소 중 10.9%를 차지한다.

2011년 12월 29일 첫선을 보인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의 알뜰주유소 1호점에서 차량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알뜰주유소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알뜰 주유소에 공급하는 만큼, 알뜰주유소 가격은 일반 주유소 대비 저렴할 수밖에 없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해 남는 마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350.8원으로, 비알뜰주유소(1385원)보다 34.2원 저렴하다. 또 지난달 말 기준 알뜰주유소와 반경 1㎞ 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차이는 31.1원인데, 이를 반경 3㎞로 넓히면 가격 차이는 35.3원으로 늘어난다. 알뜰주유소와 가까운 주유소들은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 4사가 독과점하던 주유소 시장에 경쟁을 유발하고, 정치적·심리적·수급적 요인으로 인한 가격 변동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알뜰주유소 가격이 국내 시장의 기준 가격으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고유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2010년 1만3004개에 달했던 전국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도입 후 감소, 올해 4월 말 기준 1만1309개까지 줄어들었다. /그래픽=정다운

다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장에 개입하는 만큼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두드러지는 문제로는 민간 주유소의 줄폐업이 거론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주유소들은 경쟁 수단이 가격밖에 없어 낮은 수익성으로 고군분투 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앞세워 인위적으로 쥐어짜듯 가격 경쟁을, 그것도 제한된 지역 내에서 유발하다보니 민간 주유소들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309곳으로, 지난 1년간 177곳이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4개월새 90곳이 문을 닫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국 주유소는 1만3004곳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 2017년부터는 1만1000곳대까지 내려와 1만선도 위협받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국내 기름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의 여지가 있다. 국내 기름값의 기초가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보면, 알뜰주유소가 도입되던 2011년까지만 해도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17.43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지속, 지난해 말 기준 배럴당 45.10달러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국제 제품 가격과 환율에 절대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알뜰주유소가 주변 지역의 가격을 낮추고 경쟁을 촉발시킨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어느정도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이달 중 현재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에쓰오일과 SK에너지로부터 지속 공급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기를 원치 않을 경우 공사는 이르면 7월 중 공개입찰을 진행해 새로운 사업자를 구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공급권은 시장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큰 이점이 없다”며 “차라리 해외 수출이 나을 수 있어 가격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