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보유한 HMM(011200) 전환사채(CB) 만기가 다가오면서 시장에서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로 HMM의 실적이 좋은만큼 산업은행이 CB를 주식으로 전환, 지분을 늘려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출 대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HMM 매각 작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가 만선 출항하고 있다. /HMM 제공

10일 해운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이 발행한 190회 CB는 다음달 30일이 만기다. 3000억원 규모로 산업은행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29일까지 주당 5000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HMM의 주가는 4만2600원이다. 산업은행이 CB를 주식 6000만주로 전환하면 2조20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낼 수 있다.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만기 이자는 약 300억원이다. 시장에서 전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산업은행이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지분이 기존 12.6%에서 25.9%로 늘어난다. 은행법에 따라 15% 이상 지분을 소유하면 산업은행이 HMM을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최소 11%가량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1조8000억원 규모다. 장내 매매하기에는 규모가 큰 만큼 거래 상대를 정해 블록딜(시간외매매)을 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HMM 민영화는 시기의 문제이지 당연한 수순”이라며 “최근 산업은행의 행보를 볼 때 채권단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론되는 매각 시나리오 중에서는 전략적투자자(SI)에게 지분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매각설이 있었던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등 여러 업체들이 거론된다. 사업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양진흥공사는 현재 HMM의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산업은행과 HMM 3자간 ‘경영정상화계획 및 경쟁력 제고방안 이행 약정서’를 맺고 있기도 하다. 기업들과 해양진흥공사 모두 “제안을 받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HMM 매각설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6조4133억, 영업이익 9808억원이라는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이 올해 매출 9조4500억원,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이 HMM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 15%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은행법 단서조항을 활용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나중에 HMM 민영화 절차를 밟을 때까지 지분을 들고 있을 수 있다. 추가 CB 발행 등 ‘리파이낸싱’을 통해 시간을 유예하는 길도 열려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CB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여러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컨테이너선 수요 폭증으로 ‘수출대란’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유일한 원양 국적선사인 HMM의 매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이제야 뼈대를 갖췄다”며 “정부 안에서도 ‘속도조절’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아, 당장 매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