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272210)이 한화(000880)그룹 3세 경영 승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조(兆) 단위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는데, 향후 한화그룹 3세의 한화 지분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인공위성 센서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우주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최근 인수합병(M&A) 등 대내외 투자를 총괄하는 투자전략실을 신설하고 경력 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투자전략실은 우주·위성통신, UAM(도심항공교통) 등 한화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에 대한 시장 분석도 담당하게 된다. 투자전략실장은 한화그룹에서 IB 전문가로 꼽히는 권내현 상무가 맡았다. 권 상무는 2019년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을 총괄했고, 최근까지 한화종합화학에서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다.
투자전략실 신설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유상증자로 총 1조2000억원을 마련해 향후 3년 동안 위성통신 신사업에 5000억원, 에어모빌리티에 4500억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미국 개인항공기(PAV) 회사인 오버에어 지분 30%를 289억원에 인수하고, 저궤도 위성 안테나 시장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카이메타(Kymeta)에 3000만 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유상증자에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2대주주로 지분 13.41%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등 3형제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3세들이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3형제의 ㈜한화 지분율은 장남인 김 사장이 4.44%, 김 전무와 김 상무보는 각각 1.67%씩 보유하고 있다. 3형제가 개인 자금으로 ㈜한화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3형제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의 지분을 4.24% 들고 있다. 한화그룹의 3세경영이 본격화하면 에이치솔루션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되는 구조다.
에이치솔루션은 보유 중인 한화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이 거의 유일한 수익이다. 외부 차입 등 재무구조 악화를 감수하고 이번 한화시스템 유상증자에 1573억원을 투입해 배정 물량의 120%인 1031만2813주를 받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 3세들이 한화시스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 기업 가치가 오르면 에이치솔루션이 그만큼 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준의 ㈜한화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에이치솔루션은 보유 현금도 적고 배당금이 유일한 수익이라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800억~1000억원의 외부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되는데도 이런 투자를 한다는 점을 미뤄볼 때 한화가 향후 한화시스템 지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