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 아우디의 강점은 세단에 있었다.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차체와 고급스러우면서 안락함을 주는 실내 디자인을 갖춘 데다 주행 성능이 탁월해 한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기도 했다.

아우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모델이면서 앞으로 부활을 이끌 모델을 꼽으라면 단연 준대형 세단 A6다. 지난달 20일 한국을 찾은 게르놋 될러 아우디 회장은 "스포티함과 안락함을 동시에 구현한 섀시 콘셉트가 아우디의 방향성"이라면서 "이 방향성이 담긴 신형 A6는 아우디 라인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뉴 아우디 A6의 외관. /김지환 기자

신형 A6는 아우디의 절치부심(切齒腐心)으로 통한다. A6는 한때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준대형 세단이다.

지난달까지 아우디는 한국 진출 후 국내에서 총 29만2000여대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중 약 12만2000대가 A6였다. 그만큼 국내에 팬층이 두터웠다는 의미다. 많을 때는 A6가 연간 1만대 전후로 판매됐다.

그러나 2025년에는 판매량이 1105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디젤 게이트 이후 좀처럼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모델이 노후화해서다. 7년여 만에 9세대 모델로 돌아온 신형 A6 중 45 TFSI(가솔린) 콰트로 S라인 모델을 서울과 경기 일대 약 100㎞ 구간에서 시승했다.

더 뉴 아우디 A6의 엔진룸. /김지환 기자

동대문에서 남양주 진건읍까지 가는 동안 A6의 주행 성능을 체험했다. 이 차에는 2.0L(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7단 S트로닉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최대 출력은 271.9마력으로 경쟁 차종인 벤츠 E300 4매틱(258마력)이나 BMW 530i(258마력)보다 높다.

초반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 토크는 40.79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6.2초가 걸린다. 연비는 복합 기준 L(리터)당 10.4㎞다. 이전 모델보다 힘은 약 10마력 세졌지만, 연비는 다소 나빠졌다.

도심 구간에선 컴포트로 설정하고 달렸다. 출발은 부드러웠으며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미끄러지듯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조향감과 페달 설정덕에 매끄러운 저속 주행이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글로벌 시장에선 배터리로만 주행할 수 있는 48V(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스 시스템이 적용돼 있지만, 국내에는 인증 등 이유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뉴 아우디 A6의 공기 흡입구. /김지환 기자

자동차 전용도로로 나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보니 경쾌한 가속이 시작됐다. 7단 S트로닉 변속기는 정해진 구간마다 정확하게 단수를 올려 가며 속도를 높였다. 속도를 조금 더 낼 수 있는 구간에서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스티어링 휠이 단단해졌다.

공차중량이 이전보다 185㎏ 늘어난 1925㎏임에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뒤에서부터 힘이 전달되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정지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튀어나갈 수 있는 차인 셈이다.

옆 차선 차량 존재를 알리는 사이드 미러 라이트가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큰 점도 운전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

굽은 길을 돌아나갈 때는 상당히 안정감이 있었다. 차량 높이가 1465㎜로 20㎜ 낮아진데다 뒷 바퀴가 5도 가량 휘는 후륜 조향 기능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가 들어간 덕분이다. 엔진 동력이 네 바퀴에 모두 전달돼 몸이 크게 쏠리지 않으면서 조향한 각도대로 돌아 나간다. 45 TFSI 콰트로 S라인에는 20인치 휠이 적용돼 있다.

더 뉴 아우디 A6의 1열 공간. /김지환 기자

승차감은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다소 단단한 편이었다. 단단해서 불편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만큼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일수록 푹신한 승차감은 조금씩 잃어가지만, 주행 안정감은 높아진다.

엔진음이나 바람 소리가 차 안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정숙성도 장점으로 보였다. 특히 레버식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했다. 스티어링 휠의 물리 버튼이 아닌, 레버로 차간거리와 속도를 설정하고 ADAS를 켜고 끌 수 있다. 아우디의 ADAS는 차선 변경도 가속도 확실하게 이뤄졌다.

기능을 켜면 차로 중앙 유지와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기능을 켠 채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점등하니, 차량은 이내 오른쪽 차선으로 이동했다. 머뭇거림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앞 차량과 거리가 벌어지자 빠른 가속으로 차간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아직 적응되지 않은 탓에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주행 연비는 공인연비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서울 도심을 탔던 구간에서는 연비가 L당 7.4㎞가 나왔다. 당시 평균 속도는 시속 40㎞를 넘지 못했다. 강변북로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에서는 L당 8.8㎞까지 나왔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도심 9㎞, 고속도로 13㎞다. 복합 연비는 10.4㎞다. 급가속과 급제동 등을 해 낮은 연비가 기록됐을 것으로 보인다.

더 뉴 아우디 A6의 측면. /김지환 기자

이전 모델과 비교해 겉모습은 확실히 스포티한 느낌이 강조됐다. 날렵해졌고, 세련미가 느껴졌다. 이전 모델 대비 커진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있는 범퍼 하단부, 보닛에 새겨진 두 개의 캐릭터 라인은 한층 더 젊은 인상을 풍긴다.

둥글둥글했던 측면 실루엣도 쿠페형 세단처럼 유려하게 바뀌었다. 차체 길이가 4960㎜에서 5050㎜로 길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후면 램프 위치도 이전보다 높은 위치로 조정하고 아래로 뻗는 브레이크등을 추가해 완성도마저 느껴진다.

더 뉴 아우디 A6의 후면. /김지환 기자

될러 회장의 말처럼 실내는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택한 게 느껴진다. 11.9인치 운전석 디스플레이, 14.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석 방향으로 틀고 있어 일직선 배치보다는 안정적이다.

센터 콘솔에는 기어 쉬프터와 비상등이나 주행모드 설정 등 중요 기능만 물리 버튼으로 남겨놔 깔끔하다. 센터 콘솔 덮개 위치도 적당해서 운전 중 팔을 올려놓기도 편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스포츠카처럼 낮았는데, 시트에 요추 받침 설정도 가능해 장시간 운전에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더 뉴 아우디 A6의 2열. /김지환 기자

전자식으로 바뀐 차량 외부 손잡이와 16개 스피커로 구성된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 전후방 라이트 디자인을 총 7개로 설정할 수 있는 라이트 시그니처는 프리미엄 요소다.

다만 2열은 아쉬웠다. 무릎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 등은 충분했지만, 좌석 등받이 각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A6의 휠베이스는 2924㎜로 E300 4매틱(2960㎜)이나 530i(2995㎜)보다는 짧다. 트렁크 공간은 490L로 골프백 4개가 들어간다.

더 뉴 아우디 A6의 트렁크. /김지환 기자

전동화로 전환되며 디스플레이 안으로 각종 기능이 통합되고,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차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아우디의 신형 A6는 내연기관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델이다. 가솔린을 태우며 뿜어내는 경쾌한 주행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사륜 구동의 접지력이나 각종 기계장치의 직관성,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안락한 디자인도 다른 재미를 준다. 준대형 세단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A6의 가솔린 모델은 3가지다. 40 TFSI 어드밴스드는 6764만원, 40 TFSI 콰트로 S라인은 7206만원, 45 TFSI 콰트로 S라인의 가격은 8541만원부터 시작한다. 3L 엔진이 탑재된 55 TFSI 콰트로 S라인은 9718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