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최고급 세단 S-클래스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도 함께 공개했다. 벤츠의 특수 보호 차량 라인업 전체를 아우르는 '가드'는 날아오는 총탄과 폭발물은 물론 유독 가스까지 막아주는 민간 최고의 장갑차다. 세계 각국 왕실 인사와 대통령, 재벌 등 초특급 VIP들이 선택하는 '움직이는 요새', S-클래스 가드를 낱낱이 해부한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이윤정 기자

◇ 외관상 일반 S-클래스와 구분 불가… 韓 대통령도 탄다

벤츠는 보통 S-클래스나 벤츠의 최고급 라인업인 마이바흐의 S-클래스 풀만 등을 기반으로 가드를 만든다. 일반 모델에 방탄판을 덧대는 식으로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방탄 구조를 통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관과 내부 디자인은 일반 차량과 완전히 같다. 사샤 제이니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가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가장 훌륭한 방호는 언더커버로, 방탄차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츠는 1928년 한 고객 요청으로 8기통 모델 '뉘르부르크 460'에 방탄 설계를 최초로 적용한 이후, 세계 주요 인사의 방호를 책임져 왔다. 뉘르부르크 460 가드는 교황 비오 11세가 이용했다. 테러 위협에 항상 시달리는 러시아와 인도 등의 지도자를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마이바흐 S 풀만 가드를 탄다.

한국 대통령 의전 차량도 벤츠 가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대통령 당선 후 첫 일정에 마이바흐 S 600 풀만 가드를 이용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의 도어. 유리창이 특수 처리돼 있어 총탄에도 쉽게 뚫리지 않는다./이윤정 기자

◇ "민간용 중 최고 안전한 차"… 총탄 맞아도 흠집만

S-클래스 가드는 현존하는 최고의 민간 특수 보호 차량으로 꼽힌다. 독일 울름 국립 탄도시험기관에서 이뤄지는 방탄 소재 및 구조 시험기관 협회(VPAM) 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VR10 인증을 획득했다. 차량 지붕과 바닥, 측면에서 수류탄 등이 터져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제이니츠 담당은 "VR10 인증을 받은 것은 벤츠가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군용을 제외하면 민간용 중에선 최고로 안전한 차"라고 말했다. 각종 강력 소재와 기능 덕에 무게만 4.5t에 달한다. 일반 S-클래스의 두 배가 넘는다.

실제로 만나본 S-클래스 가드엔 보이지 않는 강력한 방패로 차량 전체가 무장돼 있었다. 먼저 창문의 경우, 두께가 10㎝를 훌쩍 넘었다. 일반 S-클래스 창문을 똑똑 두드리면 맑고 가벼운 소리가 난다. 하지만 가드 유리창은 속이 꽉찬 것처럼 굉장히 둔탁한 소리가 났다. 유리 자체가 두껍기도 하지만, 유리 사이에 투명한 호일 소재를 넣은 영향이다. 이렇게 되면 총알이 유리창을 뚫을 때 여러 층을 거쳐야 하고, 결국 속도가 느려진다.

여기에 높은 강도와 내열성이 특징인 폴리카보네이트까지 더해졌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충격을 받은 부분이 확장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소재가 부풀면서 총알이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식이다. 차량 전원이 나가도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유압식 윈도우 리프터 비상 기능도 장착돼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의 도어. 고강도 특수 강철로 만들어져 무게만 250㎏에 달한다. /이윤정 기자

유리창을 제외한 부분은 고강도 특수 강철로 돼 있어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다. 이는 문 두께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인 여성 손바닥 세 개 정도를 겹쳐놓은 정도다. 같은 총으로 쐈을 때, 일반 자동차 문 10개를 겹쳐놓은 판은 깨끗하게 뚫린다. 경쟁사 특수 보호 차량의 문은 이보단 덜할지라도 관통을 피하진 못했다. 반면 S-클래스 가드는 겉에 흠집만 나는 데 그쳤다.

소재 탓에 문 하나당 무게는 250㎏에 달한다. 이에 문을 보다 가볍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전자식 도어 액추에이터가 들어 있다. 경사진 곳에서도 원하는 위치에 문을 열고 고정할 수 있는 지능형 도어 홀드 기능도 탑재됐다. 성인 여성이면 문을 열고 닫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일반 S-클래스 문보다 훨씬 무거운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일반 자동차 문을 10개 덧댄 왼쪽 판의 경우, 총알이 관통한다. 가운데 판은 경쟁사의 방호 차량으로, 역시 총알 관통을 피하지 못했다. 오른쪽 판은 벤츠 S-클래스 가드의 문으로, 총알이 뚫지 못했다./이윤정 기자

타이어는 구멍이 나 공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시속 80㎞로 최대 30㎞까지 주행이 가능한 미쉐린의 'PAX 런플랫 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일반 런플랫 타이어도 펑크 상태에서 달릴 수 있지만, 핸들링 제어가 쉽지 않고 딱딱해 승차감이 좋지 않다. PAX 런플랫 타이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고 VIP를 안전 지대까지 탈출시키는 핵심 부품이다.

이러한 4.5t짜리 차량을 움직이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S-클래스 가드에는 6.0L 12기통 엔진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최초로 조합됐다. 최적의 접지력과 주행 안전성, 승차감을 위해서다. 최고 612마력을 내고, 시속 210㎞까지 달릴 수 있다. 내부는 일반 S-클래스와 같다. 뒷좌석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이용할 수 있어 이동형 비즈니스 라운지처럼 이용할 수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의 내부. 일반 S-클래스와 같다./이윤정 기자

◇ 가격은 비공개… "구매 원하면 딜러에게 연락"

S-클래스 가드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는다. 차량 이용 환경과 필요한 방호 기능에 따라 각종 옵션을 추가하게 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예를 들어 불이 난 지역을 뚫고 가야 할 경우를 대비하려면 소화 옵션을 넣어야 한다. 차량 바닥이 160도까지 견딜 수 있는데, 그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소화 시설이 작동하는 식이다. 최루탄 등으로 인한 유독 가스가 가득 찬 곳을 지나가야 하는 이들은 비상 공기 정화 시스템을 추가하게 된다. 이러한 옵션들은 최소 수천만원 단위다.

펑크가 나도 시속 80㎞로 최대 30㎞까지 달릴 수 있는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680 가드 4MATIC의 타이어./이윤정 기자

제이니츠 담당은 "모든 옵션을 고객과 상의해 세심하게 조합하고, 전용 라인에서 수작업으로 조립한다"며 "주문 후 최소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맞춤으로 제작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가격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S 580 4MATIC의 국내 가격이 2억5860만원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드 차량은 1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바흐 S클래스 풀만으로 가드 모델을 선택할 경우, 기본 가격만 9억원인 만큼 최종 가격은 수십억원 수준이 된다. 12기통 엔진에 2t에 가까운 특수 강철 및 방탄 유리, 각종 옵션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벤츠는 2021년 S 680 가드를 출시했을 때 유럽 시장 시작가를 65만달러(약 9억5000만원)로 책정한 바 있다.

제이니츠 담당은 "누구에게나 가드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 기준에 따라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벤츠 측은 김정은의 마이바흐 S클래스 풀만이 공개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차량이 북한에 반입됐는지 전혀 모른다"며 직접 판매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