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전동화 전략에 따라 플래그십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의 생산을 올해 말 종료한다. 2002년 브랜드 첫 SUV로 출시돼 3세대에 걸쳐 전 세계 120만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와 같은 플랫폼에서 탄생한 데다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이 집약돼 '로고 떼면 슈퍼카'라는 별명도 있다. 이런 투아렉의 마지막 여정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출시된 '파이널 에디션' 3.0 TDI 프레스티지 트림을 직접 시승해 봤다.
차체 크기는 준대형급이다. 길이 4900㎜, 너비 1985㎜, 높이 1685㎜다. 투아렉 구매를 고민할 때 함께 비교하게 되는 제네시스의 준대형 SUV 'GV80'과 비교하면 길이와 높이는 더 짧고 낮지만, 너비는 10㎜ 크다. 전면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 재질의 살이 가로로 촘촘하게 배치돼 차체가 더욱 넓어 보인다.
크롬 그릴은 'IQ.라이트 H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개의 눈처럼 생긴 이 헤드라이트엔 3만8000개 이상의 상호작용형 발광다이오드(LED)가 들어 있다. 주행 속도, 카메라, 내비게이션, GPS 등의 정보를 종합해 조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깜빡이를 켜면 변경할 차선에 조명 카펫을 깔아준다. 또 차선을 변경할 때 옆 차선에 차량이 감지되면 조명으로 이를 경고해 준다.
측면부에선 어깨선이 눈에 띈다. 앞바퀴부터 테일라이트까지 길게 뻗어 있다. 날카롭게 세워져 있다 보니 빛을 받으면 윗부분은 밝게 빛나고, 아랫부분은 그림자가 생겨난다. 이 대비 덕분에 입체감이 살아나 멀리서 봐도 실루엣이 또렷하게 각인된다. 이 어깨선은 뒷문 손잡이를 지나면서 두툼해져 보다 역동적으로 변한다. 후면부는 양쪽 테일램프를 하나로 잇는 긴 가로선 모양의 LED 라이트 바 덕에 옆으로 넓어 보인다.
1열의 경우 대시보드 상단을 포함해 곳곳이 가죽으로 마감돼 있다. 상단과 하단 경계에 실제 나무의 질감을 살린 우드 베니어(목재 느낌의 소재)가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에 넓게 적용돼 있고, 이를 따라 앰비언트 라이트가 지나간다. 다만 가죽과 우드 베니어 모두 최고급 재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공조 기능은 1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있는데, 온도 조절을 가로 스크롤바를 터치해야 해 미세한 조절이 힘들었다. 센터 콘솔엔 '파이널 에디션' 레터링이 음각된 가죽 기어와 시동 버튼, 비상등 등 물리 버튼이 있다. 여기에 주행 모드와 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함께 배치돼 있다. 위치가 손에 익으니 전방 주시 중에도 조작할 수 있어 편리했다.
주행 모드는 총 7가지가 있는데, 이 중 노멀 모드로 먼저 달려봤다. 점잖은 차라는 인상이 들었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실제 페달을 밟는 것보다 더 부드럽게 출발하고 정차했다. 고속도로 구간에 진입했을 땐 속도가 다소 느리게 올라가 가속 페달을 꾹 밟아줘야 했다.
이는 컴포트 모드를 선택했을 때 더욱 극대화된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도 RPM(자동차 엔진의 분당 회전수)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그만큼 차량은 안정적이었다. 브레이크 페달도 노멀 모드보다 더욱 부드럽게 밟혀 세단에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속도를 내고 싶을 땐 스포츠 모드로 바꿔줘야 한다. 반응 속도가 노멀 또는 컴포트 모드와는 확연히 차이 난다. 가속 페달을 밟자 즉시 RPM이 치솟았고, 속도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투아렉엔 6기통 엔진이 탑재돼 있고,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 변속기 결합으로 최고 출력 286마력을 낼 수 있다. 또 1750~3250RPM의 넓은 영역에서 61.2㎏·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BMW X시리즈처럼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 SUV와 비교하면 노면의 정보가 몸으로 읽히지 않고, 순간 가속력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한국 공도에서 속도를 내기엔 충분한 편이다. 급커브를 돌 때는 차량이 들리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시트가 몸을 꽉 잡아주진 않았다.
투아렉의 단점은 내비게이션이다. 자체 내비게이션을 써야 헤드업디스플레이에 지도 정보가 표시되는데, 티맵 등과는 다소 다르다. 분홍색과 초록색 등 갈림길 방향을 표시해 주는 도로 색깔이 연동되는 다른 내비게이션과 달리, 투아렉 내비게이션엔 이러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다른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양호하다. 특히 전방 사각 위험을 경고 또는 긴급 제동해 주는 기능이 민감한 편이다.
주행감에 공간감까지 고려하면 훌륭한 패밀리카다. 2열에 키 170㎝ 성인 여성이 앉아 보니 무릎 앞 공간에 주먹 세 개 가량이 들어갈 만큼 넉넉했다. 실제 휠베이스(앞바퀴 중심축과 뒷바퀴 중심축 간 거리)는 2899㎜로, 제네시스 GV80(2955㎜)보다는 짧지만, 영리한 설계와 넓은 가로 길이 덕에 공간을 최대치로 확보했다.
여기에 2열 양쪽 자리 모두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아이소픽스(ISOFIX·카시트와 결합하는 고정 장치)가 설치돼 있다. 2열 시트를 최대 160㎜ 뒤로 밀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 가능해 성장기 자녀의 발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트렁크도 여유롭다. 810리터(L)로 BMW X5(650L), 제네시스 GV80(735L) 등보다 크다. 2열 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1800L까지 실을 수 있다. 투아렉의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한 가격은 3.0 TDI 프레스티지 트림 기준 1억642만1000원부터다. 3.0 TDI R-Line 트림은 1억1650만6000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