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중국 상하이 최대 중심가인 루자쭈이금융무역구에 위치한 상하이타워. 높이 632m에 달하는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이 건물의 1층에 지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커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고급 브랜드로 올해 하반기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커 관계자는 "중국 부유층은 이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유럽 고급 브랜드 대신 중국 현지의 고급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 년 간 기술과 디자인이 눈에 띄게 발전한 데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중국 고급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지커의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8X 2대와 대형 SUV인 9X, 대형 다목적차량(MPV)인 009와 고급형 특화 모델인 009 그랜드 등 총 5대의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지커가 판매하는 모델 가운데 중국 현지 부유층과 고소득자들에게 특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차량들이라고 한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된 차는 009 그랜드였다. 지난 2022년 말 출시된 009는 지리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SEA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순수 전기 MPV다. 이 차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서 설계됐으며, 지난 2024년 부분변경을 거쳤다.
009 그랜드는 뒷 좌석 탑승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009의 4인승 모델이다. 고급 브랜드인 지커의 라인업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한 모델답게 외관 전면과 후면, 휠에 24K 순금으로 장식된 7개의 엠블럼을 넣었고 측면에는 30시간 이상의 수작업을 거친 금색 라인을 적용했다.
이 차의 두드러진 특징은 내부의 공간 설계였다. 009 그랜드는 운전석이 위치한 1열 뒤에 칸막이를 설치해 뒷좌석 승객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했다. 뒷 좌석 시트는 24개의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여기에 1열 뒷면을 덮은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 스크린을 배치하고 31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야마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까지 적용했다.
지커 관계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급 임원들은 이동 중에도 가장 편한 자세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며 업무를 볼 수 있다"며 "009 그랜드는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완벽한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 MPV"라고 말했다. 쇼퍼 드리븐 자동차는 기사가 운전을 하고 차주는 뒷좌석에 탑승하는 고급차를 말한다.
올해 초 세계 최초로 공개된 준대형 SUV 8X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제작된 고성능 모델이다. 8X에 탑재된 듀얼 모터의 합산 출력은 660kW(897마력)로 주행거리 연장용 모터의 출력도 145kW(197마력)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최대 주행거리는 1416km며 순수 전기차 모드로 41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지커는 주행 성능과 함께 고급 브랜드 SUV로써 안락감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8X에는 폐쇄형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고 듀얼 밸브 가변 제어 댐퍼,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등도 장착됐다. 2열에는 라운지 체어, 네임 오디오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대형 SUV인 9X는 마치 롤스로이스의 컬리넌을 연상케 할 정도로 웅장한 외관이 강조됐다. 이 차는 고대 중국 황실의 대형 궁궐 기단(基壇)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됐다고 한다. 강렬한 일체형 그릴이 전면부에 적용됐고 매끄러운 일체감으로 완성한 대형 클램쉘 후드 역시 9X의 거대한 풍채를 돋보이도록 했다.
9X의 실내 면적은 30평대 아파트의 드레스룸 수준인 6.3m2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고급 브랜드의 SUV에 적용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탑재됐고 최대 90도까지 열리는 도어와 3열 공간 진입의 접근성을 높이는 원스텝 액세스 기능 등도 갖췄다.
다양한 편의사양도 갖췄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대형 SUV답게 2열에는 나파 가죽으로 마감된 클라우드 라운지 시트가 적용됐다. 이 시트는 무중력, 라운지 체어, 180도 회전, 전문 마사지 등 4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17인치 3K OLED 디스플레이도 탑재됐다.
9X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차는 3개의 구동 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1030kW의 주행 성능을 갖췄다. 여기에 열효율이 46% 에 달하는 초고효율 2.0T 엔진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불과 3.1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또 70kWh 배터리 팩을 탑재해 전기 모드로 최대 38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올 하반기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인 중형 SUV 7X는 전시돼 있지 않았다. 지커 관계자는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중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운영하는 공간이라 라인업 안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모델에 속하는 7X는 전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지커는 7X를 시작으로 향후 국내에서 8X와 9X, 009, 009 그랜드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쇼퍼 드리븐 MPV를 지향하는 009 그랜드의 경우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고급 사양을 집중적으로 적용해 국내에서도 제법 많은 수요를 확보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책정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커는 중국 브랜드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유럽차를 넘어선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확보했다는 강점도 있다"며 "까다로운 중국 부유층에게 합격점을 받은 브랜드인 만큼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이 책정될 경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