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국내 최상위 모터스포츠 대회 '2026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 트랙 위에서 직접 레이싱카와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리드 워크' 시간이 되자, 수많은 관람객이 트랙 위로 쏟아져 나왔다. 레드불과 페라리 등 F1 셔츠를 입은 마니아들은 물론, 유모차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온 관람객도 많았다. 직접 레이싱카 운전석에 앉아본 한 아이는 "멋있다"를 연발하며 모터스포츠와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다.
한국이 '모터스포츠 불모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팬층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의 관련 투자도 이어지면서다. 나아가 인천시가 모터스포츠 최상위 대회로 꼽히는 F1 그랑프리 개최에 공식 도전하기로 하면서, 다시 한 번 F1 개최국이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현대차 제네시스, WEC 성공적 데뷔… 모터스포츠로 '팬' 확보하는 기업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터스포츠에 가장 힘을 쏟는 기업은 단연 현대차(005380)다. 지난 17~19일(현지시각)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열린 내구 레이스 'FIA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 데뷔전에서 '완주'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제네시스가 출전한 대회는 6시간 동안 세 명의 드라이버가 교대하며 같은 차량을 4.909㎞ 서킷을 쉬지 않고 반복 주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차량의 내구성을 비롯한 기술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대회다.
현대차는 과거 '고리타분한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모터스포츠 공략을 시작했다.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재도전을 선언했고, 2013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켰다. 지난 4월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 '2026 월드카 어워즈'에서 '아이오닉 6 N'이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를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단일 차종으로 진행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원-메이크 모터스포츠 대회인 '현대 N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 중이다.
국내 타이어 업계도 모터스포츠에 진심이다. 지난 19일 슈퍼레이스 핵심 경기인 '도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 결승에서는 금호타이어(073240)가 운영하는 모터스포츠팀의 이창욱 선수가 예선 1위와 결승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는 '폴 투 윈'을 달성했다. 이 팀은 금호타이어의 레이싱 타이어인 '엑스타 S700'을 장착했다. 넥센타이어(002350)도 같은 대회에 출전해 레이싱 타이어 '엔페라 SS01' 등을 공급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는 지난 2024년부터 세계 최고 내구 레이스 대회인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출전하며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전까지 자동차 업계가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이유는 제품을 만들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 컸다. 이를 양산 제품에 적용하면 개발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도 모터스포츠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가 흥행하고, 넷플릭스의 F1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면서 국내에서도 모터스포츠 관심이 커졌다"며 "응원하는 팀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의 차량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체험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시, F1 그랑프리 유치 도전장… 글로벌 브랜드도 韓 시장 '관심'
F1 그랑프리가 한국에서 개최될지도 관심사다. 최근 인천시는 F1 그랑프리를 시내에서 5년간 개최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을 충족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시는 싱가포르,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4.96㎞ 길이의 시가지 서킷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337㎞까지 낼 수 있다. 인천시는 유치에 성공할 경우 매년 대회 3일간 약 30만~4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한국의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일본 도요타가 한국 모터스포츠 공략에 가장 열심이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번 슈퍼레이스에 공식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하고, 대규모 부스를 꾸려 모터스포츠 팬층 확대에 나섰다. 브리지스톤 타이어 세일즈 코리아 역시 이번 슈퍼레이스에서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로 경주하는 '프리우스 PHEV 클래스'에 3년 연속 참여하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