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오는 13일부터 직접 판매 제도(직판제)를 도입한다. 딜러사 위탁 판매를 중단하고 수입사가 재고와 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딜러를 통한 할인이 사라지는데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시행 초반 벤츠가 판매 경쟁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13일부터 새로운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를 시행한다. 이전까지 벤츠 코리아는 딜러사에 도매로 차량을 넘기고, 이에 대한 가격과 서비스 결정권도 맡기는 식으로 위탁 판매해 왔다.
RoF 체제에선 벤츠 코리아가 직접 재고를 관리하고 판매하게 된다. 딜러사는 전국 통일된 가격에 차량을 설명하고, 인도와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는 일종의 대리점으로 바뀐다.
관건은 가격이다. 벤츠 코리아는 직판제 도입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수요에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고가 많은 차량 등이 할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전국 동일한 혜택을 받는 만큼 가격 투명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얼마나 발품을 파느냐에 따라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소비자는 이를 이익이라고 판단해 왔다"며 "벤츠 코리아가 일괄 할인을 해도 소비자는 본인이 추가로 노력해서 얻어낸 할인이 아닌 만큼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충성 고객이 아니라면 할인을 더 해주는 경쟁 모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업계의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벤츠는 지난해 6만8467대를 판매해 BMW(7만7127대)에 이어 수입차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5만9916대를 기록한 테슬라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테슬라가 2만964대를 판매하며 1위로 올라섰고, 벤츠(1만5862대)는 BMW(1만9368대)에 이어 3위를 했다.
테슬라가 공격적 할인을 앞세워 국내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직판제를 도입하는 벤츠는 대규모 프로모션과 신차 투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연간 기준으로도 3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적어도 직판제 도입 첫해에는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직판제가 안착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차량의 출고와 인도 과정에서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전에는 딜러사마다 재고 현황이 달라 같은 모델이어도 어느 딜러에게 구매하느냐에 따라 인도 대기 기간이 달랐다. 직판제에선 전국 재고가 통합 관리된다.
벤츠 코리아와 계약돼 있는 11개 딜러사들의 경쟁에서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딜러사는 앞으로 차량당 판매 마진이 아니라 차량 인도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여전히 차량을 많이 인도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체 할인과 사은품이 금지되는 만큼 매장 규모와 서비스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성자동차가 최근 국내 딜러사 최초로 고객센터 운영을 24시간 체제로 전면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전국 가격이 동일하다면 소비자는 매장의 컨디션과 규모, 서비스의 수준 등에 따라 구매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대형 딜러사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