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서 수요가 많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해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유럽연합(EU)과 영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포함한 전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1만2369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18.8%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8만8967대), 프랑스(6만2677대), 영국(5만1494대) 등에서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2가 생산되는 모습. /기아 제공

전기차 시장은 성장한 반면 전통의 완성차 업체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내연기관차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2월까지 폴크스바겐그룹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51만2094대, 르노그룹은 14.7% 감소한 17만4806대, 도요타 그룹은 7.2% 줄어든 13만939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BMW그룹은 13만2104대로 5.2%, 메르세데스-벤츠도 8만7490대로 0.7%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4만345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현지 전략형 모델인 i10이 단산된 데다,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늘면서 판매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판매하는 전기차 중 상당수 모델이 유럽에서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올 들어 2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든 1639대를 기록했다. 코나 EV의 판매량은 3764대로 1.6% 줄었다. 기아 역시 EV3와 EV6 등 주력 전기차들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올 들어 2월까지 유럽에서 3만606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하이자동차(SAIC) 그룹은 1년 전보다 5% 늘어난 4만145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 참가해 '콘셉트 쓰리'를 선보였다. 사진은 '콘셉트 쓰리'의 모습./현대차 제공

현대차·기아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대응해 유럽에서 수요가 많은 소형 차급의 신차를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4월부터 유럽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인 EV2의 판매를 시작한다. EV2는 EV4 해치백에 이어 유럽에서 만드는 두 번째 전기차 모델로 소형 해치백이다. 42.2kWh 크기의 삼성 SDI 배터리가 탑재되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317km다. 61㎾h급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도 있는데, 주행 가능 거리는 453km다.

EV2의 시작 가격은 프랑스 2만6670유로(4630만원), 독일 2만6600유로(4621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경쟁 모델인 BYD의 소형 해치백 돌핀 서프는 프랑스에서 1만9990~2만5990유로(3470~4511만원), 독일에서 1만2990~3만990유로(2250~5200만원)에 판매된다.

현대차도 4월 중 소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3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아이오닉3의 공식적인 출시 시점은 올해 하반기다. 지난 2024년 11월 아이오닉9을 출시한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신차로 삼성 SDI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서 가성비가 좋은 중국 전기차의 판매량이 늘어나자, 폴크스바겐 등도 저렴한 가격에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현대차·기아도 현지 수요와 취향에 최적화된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