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수출량이 연초부터 50% 넘게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에 중국 토종 기업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까지 중국산 차량을 해외로 돌린 결과다.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중국 토착 기업들이 깃발을 꼽는 신규 시장도 급속도로 늘어난 상황인 만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67만2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2.4% 늘었다. 이에 따른 올해 1~2월 누적 수출량은 135만2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8.4%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2024년 585만9000대로 19.3% 늘었는데, 지난해(70만8000대)엔 증가폭이 21.1%로 확대된 바 있다. 올해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성장률로 출발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 수출량이 늘어난 것은 내수 부진 영향이 크다. 2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13만3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32.9% 감소했다. 1~2월을 합하면 23.1% 줄어든 279만9000대 수준이다.
특히 2월 승용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4.2% 감소한 95만대에 그치는 등 자동차 소비가 얼어붙었다. 협회는 "정책 조정(보조금 단계적 폐지), 춘절(중국 설) 연휴, 소비자 구매 의향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 시장 부진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8억6800만유로(약 15조1000억원)로 53.5% 급감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밝혔는데, 그 배경으로 미국 관세와 중국 시장 부진을 꼽았다.
미하엘 라이터스 포르셰 AG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포르셰의 지난해 중국 내 인도량이 26%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약 3만대로 3분의 1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 생산분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테슬라가 2월 중국에서 수출한 차량은 총 2만대로, 1년 전보다 4.2배 급증했다. 혼다는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들여가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는 일본 완성차 기업 중 최초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산하 브랜드 쿠프라의 중국산 '타바스칸'에 대한 추가 관세 20.7%를 면제받기도 했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수출량 확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체리차그룹은 1~2월 24만3000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한 것이다. 지리차는 1년 전보다 1.5배 증가한 15만6000대를 해외에 팔았다. 이 외 비야디(BYD)가 20만1000대, 상하이자동차그룹(9만1000대) 등 대부분 기업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 자동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등록된 중국 승용차는 2304대로, 전체 수입차 시장의 4.8%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등록 대수가 6107대로 점유율이 2.0%에 불과했는데, 올해 두 달만에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을 판매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중국산 차가 들어가지 않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BYD는 남미와 영국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지리차는 지난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13개 신규 시장에 진출했다"고 했다.
중국 그레이트월모터스(GWM)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WM 남아프리카는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산 저가형 자동차의 수요가 한정적인 만큼, 한국 자동차 업계가 받는 영향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판매하고 있지만, 유럽만 보면 점유율이 20~25% 수준에서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며 "저가형 자동차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층도 이 정도 수준인 것으로 보이고, 중국산 자동차 점유율 확대에 따른 한국·일본 기업들에 대한 영향도 올해부터는 완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