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 경영진이 올해 위기 극복 의지를 강조한 가운데 직원들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미·중 갈등과 같은 외부 요인 외에 전문인력 이탈, 사일로(silo) 현상 심화 등을 주요 리스크(위험 요인)로 꼽았다. 사일로는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 창고인데, 경영학에서는 조직 내 부서들이 서로 담을 쌓고 내부 이익만 추구하는 행태를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열린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이 꼽은 ‘2025년 위기 및 기회 요인’을 공개했다. 이날 신년회 주요 화두는 위기 극복이었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직원들과 올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왼쪽 다섯번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경영진들과 좌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현대차는 수소차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성과는 제한적이다. 수소차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충전 인프라 부족, 제한적인 모델 선택지가 맞물리며 수소차 수요와 보급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 지급 상한이 축소되면서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주요 모델이 지급받는 보조금은 감소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중대형 승용차 기준 650만원이었던 기본 국고보조금 상한을 580만원으로 축소하고, 소형 승용차는 550만원에서 53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점도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중국 비야디(BYD)는 이달 중순 국내 승용 시장에 정식 진출한다. BYD는 지난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43.4% 증가한 367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점유율 1위(23.8%)를 차지했다.

조직 내부 리스크로는 전문인력 이탈, 사일로 현상 심화, 의사결정 지연 등이 꼽혔다. 정 회장도 이날 구성원들 간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내부에선 지금 상황에 대한 걱정, 희망이 섞여 있다고 본다”며 “모든 상황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결국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데, 그건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을 직원들이 가질 수 있도록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