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내비게이션을 사실상 강제로 사용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은 현대차(005380)그룹이 정민규 티맵모빌리티(티맵·TMAP)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임원으로 영입한다. 정 CTO가 티맵의 데이터플랫폼과 지도 전반을 총괄했던 만큼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 CTO는 현재 티맵에서 퇴사한 상태로, 이달 중순부터 상무 직급으로 현대차로 출근한다. 그가 담당할 업무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과거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왔다. 2021년엔 애플, 네이버(NAVER(035420)) 등에서 개발 경험을 쌓은 송창현 사장(현 참단차플랫폼 본부장)을 영입했다. 2018년엔 네이버에서 인공지능(AI) 연구를 담당하던 김정희 당시 이사를 상무로 영입했다. 그는 이후 전무로 승진했고 현재는 LG전자(066570)로 자리를 옮겼다.

정민규 전 티맵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 /티맵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쳐

정 CTO는 17년 경력의 개발자로 티맵의 개발 조직을 총괄했다. 티맵에는 내비게이션 등 애플리케이션(앱) 전반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 데이터 생성부터 시각화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등 데이터플랫폼, 대리운전과 주차 등 서비스를 담당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지도 전반을 담당하는 플랫폼 등 총 4개 그룹이 있다. 품질과 정보보호를 담당하는 2개의 팀도 정 CTO 산하였다.

정 CTO는 네이버와 라인에서 서버를 개발했고 토스와 카카오(035720)에서는 개발자로 근무했다. 티맵에 입사하기 전 인도에 진출한 한국 핀테크 기업 밸런스히어로에서는 헤드엔지니어로 일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시스템을 개발하고 글로벌 단위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 CTO가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현대차가 소비자들에게 자사 내비게이션만 쓰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판매되는 대다수 차량에는 현대오토에버(307950)의 소프트웨어로 만든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된다.

안드로이드 오토 등으로 외부 지도 서비스를 쓸 수 있지만, 이를 쓰게 되면 현대차 내비게이션 기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톰톰(TomTom)이나 구글 등과 연동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국토위 소속 의원에게 올해 1분기까지 해당 사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티맵 측은 “(정 CTO가) 내비 업무를 맡는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