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내년에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출시가 예정된 신차 가운데 적당한 가격대에 두터운 수요를 갖춰 대량 판매가 가능한 이른바 ‘볼륨모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인 아이오닉9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완전변경모델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두 차량 모두 소비자의 관심이 많지만, 대형 SUV는 수요가 한정돼 있어 전체 실적을 견인할 만큼의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모델이다. 특히 아이오닉9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수요가 적은 전기차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현대차 제공

국내 완성차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델은 준중형, 중형 세단, SUV 등이다. 현대차의 판매 차량 중 세단은 아반떼와 쏘나타, SUV는 투싼과 싼타페 등이 볼륨 모델에 속한다. 그랜저의 경우 대형 세단에 속하지만,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보다 가격대가 낮아 역시 볼륨 모델로 꼽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부분변경모델과 고성능 아이오닉6N,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변경모델 등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은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라, 이들 모델 역시 전체 판매 실적을 반등시키긴 어려울 전망이다.

기아(000270) 역시 내년 신차 중 볼륨 모델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아는 준대형 SUV인 EV9의 고성능 모델인 EV9 GT, 준중형 SUV인 EV6 GT의 부분변경모델 등을 출시한다. 준중형 세단인 EV4와 준중형 SUV인 EV5도 선보인다. 신형 픽업트럭 타스만도 판매한다. 선보이는 신차는 많지만, 대부분 전기차 모델이라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 보도발표회에서 기아가 공개한 픽업트럭 타스만/기아 제공

자동차 판매 통계분석업체인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기아의 판매량 상위 모델은 쏘렌토, 카니발, 셀토스, 레이, K8 등 내연기관차들이었다.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EV3의 누적 판매량은 1만1982대로 최다 판매 모델인 쏘렌토(8만6985대)의 8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선보일 신차도 대부분 전기차 모델이다. 준중형 전기 SUV인 GV60의 부분변경 모델과 중형 SUV인 GV70의 전기차 부분변경모델 등이 내년에 판매를 시작한다.

다른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도 볼륨 모델 신차가 부족하다. 올해 중형 SUV인 그랑 꼴레오스를 출시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던 르노코리아는 내년에 준중형 전기 SUV인 세닉을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아직 국내에 배정될 신차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G모빌리티(003620)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내년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주력 판매 차량인 중형 SUV 토레스와 액티언이 내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KG모빌리티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BYD와 손잡고 파워트레인을 개발 중인데, 내년 상반기 출시될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처음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전기로 움직임)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최근 나오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내연기관차가 훨씬 크다. 내년에 여러 종의 신형 전기차가 쏟아져도 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