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을 끌었던 현대트랜시스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최근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동조합이 파업을 한 주된 이유였던 성과급 문제는 노사의 의견 차가 아직 큰 편이라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남아있다.
20일 현대차(005380)그룹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최근 교섭에서 단체협약과 노조의 별도요구안 등에서 대부분 합의점을 찾았다. 노조는 지난 6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재개했고, 2주 간 집중 교섭에 나서기로 회사와 뜻을 모았다.
노사는 단체협약에서 ▲전기자동차 구입 시 무이자 할부 대출 실시 ▲경조금 지급 확대 ▲하기 휴가비 인상 ▲주택 구입·임차 자금 확대와 상환 기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별도요구안에는 ▲신규인력 충원 ▲복지포인트 인상 ▲자녀 출산 경조금 인상과 난임 시술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트랜시스의 임단협 협상은 6월부터 시작됐다. 노사는 지난달 초까지 15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한 달 간 총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수 차례에 걸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여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사의 협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달 13일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 여수동 사장이 물러나고, 백철승 부사장이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부터다. 백 대표는 취임 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사가 함께 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달 초 백 대표와 면담을 가진 후 잔업과 특근에 복귀하면서, 집중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노사는 임금 인상 폭과 성과급 지급 규모에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에 임금 9만6000원 인상과 기본급 400%에 12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본급을 15만9800원 인상하고 전년도 매출액의 2%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맞섰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지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영업이익의 2배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현대트랜시스 노사의 협상 분위기가 바뀐 건 맞지만, 아직 임금·성과급 문제에선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가 내년에는 영업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연내 타결 가능성은 살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트랜시스 임단협이 타결되면 현대제철(004020), 현대위아(011210) 등 다른 그룹 내 계열사의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계열사 노조도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완성차와의 임금·성과급 격차를 줄여줄 것을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