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전통의 강호인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츠 본사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수십억유로(수조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력 감축 규모나 사업 재편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법인 제공

올해 3분기 벤츠는 중국 시장 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중국 판매량이 약 13% 감소한 가운데 S, G클래스, 마이바흐 등 고가 모델 판매가 특히 주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 현지 소비 둔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3분기 벤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345억2800만유로(약 51조9400억원), 이자·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은 48% 감소한 25억1700만유로(약 3조7800억원)를 기록했다. 벤츠는 연간 매출 및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다른 독일 완성차 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BMW의 3분기 중국 판매량은 30% 가까이 감소했고, BMW 산하 브랜드인 미니와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각각 25%, 16% 줄었다. 같은 기간 포르셰는 19%, 폭스바겐의 경우 판매량이 15% 감소했다.

포르셰도 벤츠와 마찬가지로 중국 판매 부진 등에서 비롯된 수익성 악화로 긴축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포르셰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2030년까지 수십억유로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중국 내 대리점 네트워크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BYD 중국 선산 공업단지 내 자동차 생산 공장. /BYD 제공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현지 시장에서 독일 업체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는 추세다. 최근 중국 신차 판매량에서 독일 업체 비중은 15.7%로, 지난 2019년 23.8%로 비교해 8%포인트(P) 가까이 감소했다.

독일 완성차 업계는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급증했다. 올해 1~9월 중국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22.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성능의 전기차 가격을 보면 중국산과 독일산은 수백만~수천만원 차이가 난다. BYD 돌핀(9만9800위안)과 폭스바겐 ID.3(12만9900위안)가 약 3만위안(약 578만원), 엑스펑 G6(19만9900위안)와 BMW iX1(29만9900위안)이 10만위안(약 2000만원), 니오 ES6(39만6000위안)와 벤츠 EQE SUV(51만위안)는 11만4000위안(약 2200만원) 등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