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계열사 노동조합은 파업에 나서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차와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뿐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6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마쳤다. 기본급 4.65%(월 11만2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경영성과금·품질향상격려금(기본급의 500%+정액 1800만원) 등 두둑한 성과물을 챙겼다. 현대모비스와 기아도 이를 기준점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폴란드 20기계화여단이 운용 중인 K2 흑표(Black Panther). / 폴란드 군수청 제공

다른 계열사는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현대로템(064350)에서는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지만, 부결됐다. 잠정 합의안에는 임금 10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일시금 500%+1780만원,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금과 성과급만 놓고 보면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이다. 별도요구안에는 정년연장, 기술직 신규채용, 시니어 수당 상향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지난해 K2 흑표 전차 수출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사측이 제시한 합의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 역시 합의안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방산 부문 신규 수주액이 전년 대비 426% 증가한 5조185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3.9% 급증했다. 올해 임단협을 지난해보다 석 달 늦은 6월에 시작하면서 시기가 늦어진 영향도 있다.

노사 협상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남 창원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잠시 멈춘 상태다. 다음 주에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군비청과 최대 6조원 규모의 K2 흑표 전차 수출 관련 2차 이행계약을 앞두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들이 2차 계약을 위해 폴란드 현지에 나가 있는 등 마무리 단계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2차 계약을 앞둔 현대로템은 부담이 커지게 된다.

현대트랜시스 지곡 공장. /현대트랜시스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서산 지곡공장에서 6·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IVT) 등 차량 파워트레인(동력계) 관련 부품을 만들어 현대차·기아에 납품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196만대에 달하는 동력계 부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파업으로 자동변속기 등 주요 부품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현대차·기아는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23일 총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8~10일 부분 파업에 이어 11일부터 2주 넘게 총파업을 벌이는 것이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에 준하는 보상을 달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성과급으로 연 매출액의 2%를 요구했는데,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약 117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2340억원 규모다.

현대위아(011210)현대제철(004020)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